해초로 쓱쓱…범고래, ‘도구’ 만들어 서로 마사지 (영상)

5 hours ago 1

범고래들은 비슷한 나이와 피부 상태를 가진 개체와 더 자주 해초를 매개로 문지르며 사회적 유대를 쌓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urrent Biology)

범고래들은 비슷한 나이와 피부 상태를 가진 개체와 더 자주 해초를 매개로 문지르며 사회적 유대를 쌓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urrent Biology)

세계 최초로 범고래의 도구 사용 행동이 드론 영상에 포착됐다. 이들은 해초를 이용해 서로 몸을 문지르는 독특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행동이 단순한 본능이 아닌 ‘자가 위생 관리’와 ‘사회적 유대’의 목적을 지닌 고래의 문화적 행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고래연구센터(CWR)는 살리시 해 일대를 드론으로 관찰하던 중, 범고래들이 해초를 입에 문 채 서로의 몸을 비비는 모습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드론 영상으로 본 바다 속 ‘마사지 타임’

범고래들은 비슷한 나이와 피부 상태를 가진 개체와 더 자주 해초를 매개로 문지르며 사회적 유대를 쌓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urrent Biology)

범고래들은 비슷한 나이와 피부 상태를 가진 개체와 더 자주 해초를 매개로 문지르며 사회적 유대를 쌓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urrent Biology)

행동생태학자 마이클 와이스 박사는 살리시 해 일대를 비행 중이던 드론 영상에서 이례적인 장면을 포착했다.

범고래 한 마리가 입에 녹색 해초를 문 채 다른 고래와 몸을 비비고 있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약 2주 동안 총 30건의 이 같은 상호작용 장면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범고래들은 바다 바닥에서

‘불 켈프(bull kelp)’라 불리는 해초를 떼어내 서로의 몸 사이에 끼워 문지르며 교감했다. 연구진은 이 행동을 ‘알로켈핑(allokelping)’이라 명명하고, 고래들 사이의 복합적 교류 방식으로 주목했다.

해초 마사지, ‘스킨케어’인가 ‘유대의식’인가

범고래들은 비슷한 나이와 피부 상태를 가진 개체와 더 자주 해초를 매개로 문지르며 사회적 유대를 쌓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urrent Biology)

범고래들은 비슷한 나이와 피부 상태를 가진 개체와 더 자주 해초를 매개로 문지르며 사회적 유대를 쌓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urrent Biology)

연구팀은 알로켈핑의 목적에 대해 두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첫째는

피부 건강 관리다. 고래는 주기적으로 죽은 피부를 벗겨낸다.

최근 북미 태평양 연안에 서식하는 남부 거주 범고래(Southern Resident Orcas) 개체들 사이에서 회색 피부 병변이 증가하고 있다. 연구진은 해초를 이용한 마찰이 각질 제거나 병변 완화에 도움이 되는 자가 위생 행위일 수 있다고 보았다.

둘째는

사회적 유대 강화다.

관찰 결과 알로켈핑은 주로 나이가 비슷하거나 혈연관계가 있는 고래들 사이에서 발생했다. 이는 인간 사회에서 마사지나 포옹이 감정을 나누는 행위로 작용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먹이 아닌 목적으로 도구 사용…고래 사회 ‘문화’로 주목

범고래들은 비슷한 나이와 피부 상태를 가진 개체와 더 자주 해초를 매개로 문지르며 사회적 유대를 쌓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urrent Biology)

범고래들은 비슷한 나이와 피부 상태를 가진 개체와 더 자주 해초를 매개로 문지르며 사회적 유대를 쌓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urrent Biology)

기존까지 동물의 도구 사용은 먹이 채집에 한정된 것으로 여겨졌다. 예컨대 일부 돌고래가 해면을 이용해 먹이를 휘젓거나, 거품으로 물고기를 몰아넣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범고래의 알로켈핑은 피부 관리와 사회적 상호작용이라는 비생존 목적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희귀한 사례다.

CWR 소속 필리파 브레이크스 박사는 “영장류를 제외하면 서로를 돌보는 데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은 극히 드물다”며 “이는

범고래 사회의 문화적 복잡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끼리끼리의 고래 사회’…네트워크로 본 해초 마사지

범고래들은 비슷한 나이와 피부 상태를 가진 개체와 더 자주 해초를 매개로 문지르며 사회적 유대를 쌓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urrent Biology)

범고래들은 비슷한 나이와 피부 상태를 가진 개체와 더 자주 해초를 매개로 문지르며 사회적 유대를 쌓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urrent Biology)

연구진은 드론 영상을 기반으로 범고래 간 해초 문지르기 네트워크를 시각화한 분석 결과도 공개했다.

▶ 원형=암컷, 사각형=수컷
▶ 도형 크기=나이
▶ 색=피부 탈피 정도 (짙고 붉을수록 더 많은 피부 탈피가 관찰된 개체)
▶ 선 굵기=‘해초 문지르기 행동’이 발생한 관계 (선이 굵을수록 더 자주 알로켈핑을 한 사이)

분석 결과,

나이가 비슷하거나 피부 상태가 유사한 고래들끼리 더 자주 해초를 매개로 몸을 문지르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고래들이 서로의 상태를 인지하고, 사회적으로 선택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해초 숲 사라지면 고래도 위험…알로켈핑이 지표될까

범고래들은 비슷한 나이와 피부 상태를 가진 개체와 더 자주 해초를 매개로 문지르며 사회적 유대를 쌓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urrent Biology)

범고래들은 비슷한 나이와 피부 상태를 가진 개체와 더 자주 해초를 매개로 문지르며 사회적 유대를 쌓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urrent Biology)

남부 거주 범고래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양국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전체 개체 수는 단 74마리로 매우 적다.

문제는 이들이 사용하는 불 켈프가

기후 변화와 해저 교란 등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범고래가 가장 선호하는 먹이인 치누크 연어의 산란장이기도 하다.

해초의 감소는 단순한 환경 변화에 그치지 않고 범고래의 식량 확보와 사회적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연어가 부족한 시기에도 범고래가 이 지역에 머무는 이유 중 하나가 알로켈핑일 수 있다“면서도 ”이번 연구는 우리가 고래의 복잡한 행동과 문화를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를 일깨워준 발견”이라 강조했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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