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수제맥주 소비 줄어
계속 오르는 임차료도 부담
지역특산주 온라인판매 면허
기준 까다로워 양조장수 감소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국내 음주 문화 트렌드를 바꿔왔던 서울 시내 소규모 양조장들이 '탈서울'에 나서고 있다. 최근 소규모 양조장의 주력 주종인 전통주와 수제 맥주 소비 감소세가 뚜렷해지며 경영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이전하면 임차료를 절감할 수 있는 데다 '지역특산주 면허'를 취득하면 주류 온라인 판매까지 가능하다는 이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내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를 보유한 매장은 87곳으로 2023년 대비 6.5% 감소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20년 이래 서울 소규모 양조장 수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는 일반 면허보다 낮은 시설 기준과 비용으로 탁주, 양주, 청주, 과실주, 맥주를 제조할 수 있어 전통주나 수제 맥주를 생산·판매하는 소규모 양주장이 획득하는 면허다. 반면 전국에서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를 보유한 매장은 413곳으로 2023년 380곳 대비 8.7% 증가했다.
소규모 양조장들이 서울을 벗어나는 것은 주류 시장의 구조적 부진에서 비롯됐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주류매입액은 전년 대비 2.7% 줄어들었다.
특히 소규모 양조장의 주력인 전통주와 수제맥주는 주류 소비 감소세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주종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전통주 출고액은 1475억원으로 전년 대비 9.6% 감소했다. 수제맥주의 경우 업계 최고 양조장으로 꼽히는 세븐브로이와 제주맥주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32.3%, 18.5%나 감소했다. 수제맥주 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 성동구에서 경기 이천시로 양조장을 옮긴 A씨(36)는 "매년 임차료는 조금씩 오르는데 매출은 뚝뚝 떨어졌다"며 "소위 말하는 핫플에서도 임차료에 비해 손님 찾기가 힘들다. 대다수 양조장은 도매나 온라인 판매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양조장은 오프라인 부진을 메우기 위해 온라인 판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온라인 판매 역시 양조장의 '탈서울'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현재 주류제조면허 중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것은 민속주와 지역특산주 면허 2가지뿐이다. 이 중 민속주 면허는 주류와 관련한 식품명인과 무형문화재가 아니면 발급이 불가능하다. 대안인 지역특산주 면허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주류 제조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료 중 3가지 이상을 양조장이 위치한 지역 생산품으로 써야 한다. 서울에서는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전북 전주시에서 양조장을 운영 중인 정 모씨(38)는 "쌀 등 곡물은 물론 각종 과일까지 서울보다는 지방에서 원재료를 수급하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김송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