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민 "천재 첼리스트보다는 예술가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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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민 "천재 첼리스트보다는 예술가이고 싶어요"

“앞으로도 음악 앞에서 순수하고 진실되게 계속 성장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첼리스트 한재민(사진)이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재민은 ‘첼로 신동’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음악 영재다. 2021년 15세의 나이에 루마니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뒤 2022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오는 29일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러시아 피아니스트인 알렉산더 말로페예프와 듀오 공연을 선보인다.

내년이면 20대에 접어드는 한재민은 ‘천재’나 ‘영재’란 수식어에 자신을 맞추기보단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어릴 땐 그저 첼로를 잘하고 싶은 아이였다면 지금은 클래식이라는 장르 자체를 잘 이해하고 음악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첼리스트라기보다는 음악가, 나아가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예술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말로페예프와 함께할 공연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음악계를 이끈 프랑스·러시아 음악으로 채웠다.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로 시작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첼로로 편곡한 버전, 글라주노프의 ‘음유시인의 노래’ 등을 들려준다. 마지막 곡으론 프로코피예프의 첼로 소나타를 선정했다. 드뷔시의 곡이 치밀한 짜임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드러낸다면 프랑크의 곡은 따뜻하고 인간미가 느껴지는 곡이다. 프로코피예프 곡은 그가 말로페예프와 처음 만났을 때 연주한 작품이다.

한재민은 “말로페예프와는 2023년 여름 스위스 베르비에에서 처음 만나 몇 곡을 연주했는데 서로 음악적으로 강한 끌림을 느꼈다”며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말로페예프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연주했을 땐 자연스러움이라는 인상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스러움을 지향하는 서로가 함께 연주하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좋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곡으론 슈만의 첼로 협주곡을 꼽았다. 3년 전 처음 연주했을 때와 최근 연주 경험이 다르게 느껴진 곡이라고. “(첫 연주 당시) 주변에서 저에게 ‘연주하기에 너무 이른 곡’이라고 했지만 당시 전 정말 자신이 있었고, 곡을 잘 이해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땐 이 곡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죠. 그러다가 지난달 이 곡을 다시 무대에 올렸는데, 과거 모르고 지나친 부분들, 연주하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게 많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첼로 협주곡 중 하나가 됐죠.”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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