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화가 이름이 진짜 많다.”
지난 2일 찾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시장에서 관객들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선 아프리카 대륙 최고의 미술관으로 꼽히는 요하네스버그아트갤러리 소장품을 소개하는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작품은 143점, 화가 수만 89명. 화가 명단에는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폴 세잔, 에드가르 드가,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등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거장이 포진해 있다.
전시장에는 17~20세기 서양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17세기 네덜란드 미술 황금기에 그려진 해양 풍경화와 19세기 존 에버렛 밀레이 등 빅토리아 시대 영국 미술, 인상주의 출현을 예고한 앙리 판탱라투르에서 모네, 고흐, 폴 시냐크 등으로 이어지는 인상주의 전후 미술사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피카소와 마티스, 프랜시스 베이컨에서 앤디 워홀로 이어지는 현대미술 작가 라인업도 훌륭하다.
미술 애호가나 전공자라면 눈이 번쩍 뜨이는 전시다.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사의 중심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작가들을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나비파’(모리스 드니, 피에르 보나르, 에두아르 뷔야르), ‘블룸즈버리 그룹’(버네사 벨, 로저 프라이) 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다만 ‘거장의 대표작’을 원하는 관객은 다소 실망할 수 있다. 고흐와 고갱, 세잔, 드가 등 국내에 이름이 잘 알려진 작가의 작품 중 상당수는 유화가 아니라 스케치, 판화, 종이 작품이기 때문이다. 공간의 한계도 역력하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특유의 낮은 층고, 협소한 공간과 비효율적인 동선 때문에 관객이 많을 때는 감상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전시작과 구성이 단점을 덮는다. 미술사에 관한 배경지식이 깊다면 훨씬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입장료는 성인 2만원.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