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튼브링크 前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인터뷰
트럼프, 적극적인 협상 상대에
더 우호적이고 열린 태도 보여
동맹가치 강조하는 전략 중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기꺼이 응하려는 파트너에게 더욱 열린 태도를 보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궁극적 목표에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하면서 ‘동맹의 가치’를 계속 강조하는 전략을 사용해야 합니다.”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사진)를 지난 18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인터뷰했다.
크리튼브링크 전 차관보는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국방비 공세에 대해 “미국의 목표는 보다 공정한 통상·안보 관계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1기 당시 내부자로서 (미국과) 효과적으로 협력한 국가의 공통점을 알 수 있었다”며 “그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와 우려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태도를 보였고 실제로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크리튼브링크 전 차관보는 한국이 최근 대미 해외직접투자(FDI) 1위 국가이며 양국 사이에 반도체, 자동차 등과 관련한 공급망 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먼저 거론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양국의 공동 번영을 위해 기여하고 있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최근 한국이 미국 조선산업에 투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관여’와 ‘기여’의 연장선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크리튼브링크 전 차관보는 “생산적이고 건설적으로 논의가 진행된다면 (관세) 조치는 자연스럽게 연기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협상이 완전히 마무리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텐데 이를 위한 프레임워크(기본 틀) 합의는 이번 기회에 마련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오는 8월 1일 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만큼 최소한 이달 내에 큰 틀의 합의는 이뤄놓고 ‘연장전’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협상을 계속 늦추는 편이 낫다는 일각의 주장에는 부정적 반응을 내놨다. 한국이 협상의 속도와 강도를 계속 높이는 편이 이득을 얻어내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논리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 유대를 얼마나 쌓느냐가 한미 정상회담 성공을 좌우할 요인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크리튼브링크 전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딜 메이커’로 여긴다”며 “그는 큰 거래를 위해 파트너와 강력한 사적 관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정책 기조인 ‘동맹 현대화’는 거스르기 힘든 기류라는 진단도 내놨다. 그는 “한미동맹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 관계는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해왔다”면서 “이러한 변화를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양국이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함께 ‘현대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북 대화가 재개되면 전술핵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한국의 주요 관심 사항이 협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미국이 한반도에 대규모 병력을 전방 배치하고 있는 만큼 SRBM을 비롯한 북한의 모든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것이 미국의 핵심 이익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만 미·북 대화가 이른 시일 안에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 재개에 열려 있지만,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이 당장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이유에서다.
크리튼브링크 전 차관보는 2019년 미·북 정상회담 당시 주베트남 대사로 트럼프 대통령을 현지에서 수행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차관보로 재직하며 2023년 캠프 데이비드 한미 정상회담 성사에 기여했다. 지금은 워싱턴DC에서 글로벌 전략·비즈니스 컨설팅사 ‘디 아시아 그룹(TAG)’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