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오 시장의 공약인 ‘약자와의 동행’을 대선 공약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 대행은 이날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방문한 뒤 오 시장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한 전 대행은 “그동안 오 시장이 내세웠던 약자와의 동행 정책과 ‘다시 성장’ 등 아젠다를 허락을 구하고 대선 공약에 대폭 포함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오 시장은 “제가 대선에 출마하지는 않지만 제가 준비한 정책은 출마시키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떤 후보라도 서울시가 시행하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도와드릴 수 있다”고 화답했다.
약자와의 동행은 오 시장의 대표적인 복지 정책이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달 1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후보들이 약자와의 동행과 다시 성장을 핵심 아젠다로 내걸어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은 오 시장과 연달아 만나고 서울시 정책을 대선 공약에 반영하겠다고 공언했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을 향한 보수 지지층 표심을 흡수하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전 대행은 오 시장과의 오찬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 시장께서 약자와의 동행을 내걸고 시 차원에서 많은 일을 해오신 걸 알고 있다”며 “보수의 가치와 오 시장의 정책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서울시가 개발한 정책을 저의 정책으로 검토하고 과감하게 채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원을 모든 사람한테 풀어주거나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재정이 너무 많이 드는 정책들을 조정하고, 복지혜택을 효용성이 높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표 공약인 ‘전 국민 25만원 지급’ 등 정책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 전 대행은 이날 오후 광주로 내려가 5·18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한 전 대행은 “상생과 협치가 가장 중요하다”며 “광주가 가슴 아픈 경험을 가진 지역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국민 통합에 대해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해 방문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전 대행이 전북 전주 출신인 점을 앞세워 보수 진영 지지세가 약한 호남 지역 공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