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이솝우화 비유 “햇볕 온기 전할 시간 줘야”… 다수, 美대선 재검표 사례 들며 “혼란 종식” 강조

14 hours ago 2

[‘이재명 파기환송’ 후폭풍]
‘87쪽 李판결문’속 대법관들 충돌
10명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2명 “신속만이 능사는 아니다” 반박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2025.5.1. 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2025.5.1.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대법원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신속한 재판’ 등을 놓고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이 충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회부 결정 9일 만에 결론이 났다. 10명의 다수 의견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고 판단했고, 2명의 반대 의견은 “신속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총 87쪽의 판결문을 보면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된 재판에 대해 “설득과 숙고에는 어느 정도 시간의 지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솝 우화 ‘해님과 바람 이야기’를 비유로 들었다. 이들은 ‘바람의 힘 자랑’이 아닌 ‘해님의 따뜻한 햇볕’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길 수 있다며 “온기를 전할 시간의 지속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내기에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성숙 기간을 거치지 않은 결론은 당사자들과 국민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할 수 있다”고 했다. 두 대법관은 ‘충분한 시간을 투입했는지’에 대해 “우문현답이 필요한 시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서경환 신숙희 박영재 이숙연 마용주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 대한 보충 의견에서 미국 연방대법원 사례를 들며 신속 재판을 강조했다. 이들은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0년 부시와 고어가 경쟁한 대통령선거 직후 재검표를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재검표를 명한 플로리다주 대법원 재판에 대한 불복신청이 연방대법원에 접수된 후 불과 3, 4일 만에 재검표 중단을 명하는 종국재판을 내려 혼란을 종식시켰다”고 판단했다. 보충 의견은 “신속한 심리를 위해 충실한 심리를 희생하는 일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라면서도 “달력상 날짜의 총량만이 충실한 심리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대의견 측은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다수의견의 판단을 “다수 의견이 받은 (이 후보에 대한) 인상만이 진실이라고 강변한다”며 비판했다.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은 다수 의견의 법리를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퇴행적인 발상”, “민주주의 헌법 체계와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법리” 등이라고 비판했다.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가 소를 죽이게 된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서경환 대법관 등 다수 의견의 보충 의견을 낸 5인 대법관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크게 복잡하지 않다”며 충실히 심리했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이어 “절차를 주재하는 대법원장이 일일이 대법관들의 의견을 확인한 다음 후속 절차로 나아갔다”고 밝혔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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