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선거법서 李 위반 조항 삭제-대법관 30명으로 증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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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파기환송’ 후폭풍]
‘방탄입법 폭주’ 논란에도 총력전… ‘대통령 되면 재판 중지’ 법안만 5건
‘대법관 3분의 1, 판검사 아닌 이 임명’… 대법 겨냥해 ‘법원조직법’도 발의
당내서도 “입법 횡포로 비칠라” 우려… 국힘 “李 방탄 악법이자 입법 쿠데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60여명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이재명 대선후보의 파기환송에 대해 대법관의 심리가 부당하다며 시위를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60여명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이재명 대선후보의 파기환송에 대해 대법관의 심리가 부당하다며 시위를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한 지 하루 만인 2일 민주당은 이 후보 재판 관련 입법을 쏟아냈다. 대법원 선고로 이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 논란 등 사법리스크가 재점화되자 입법 폭주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에서 “이재명 방탄 악법이자 입법 쿠데타”라고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도 “입법 횡포로 비치면 중도층 여론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안만 5건 발의

이날 국회에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모두 5건 발의됐다. 5개 법안에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을 합치면 54명에 이른다. 법안들은 모두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은 재직 기간 동안 형사재판 절차를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개정안 발효 즉시 적용될 수 있도록 부칙에 ‘이 법 시행 당시 대통령에게도 적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발의 2시간여 만에 국회 법사위에 상정해 소위원회에 회부했다. 전날 대법원은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과거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을 해줬다는 발언 등을 허위사실로 지적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다시 서울고법에서 재판을 받게 되며 고법 판결에 불복하면 재상고심이 남아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형사소송법 개정에 나선 것은 이 과정 중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퇴임할 때까지 재판이 중단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대법원의 재상고심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 당선 시 현재 진행 중인 재판도 헌법 84조의 불소추 특권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가 받고 있는 혐의의 근거가 되는 공직선거법에 대한 개정안도 발의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인 신정훈 의원은 이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구성요건에서 ‘행위’를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과 관련해 유죄로 인정한 근거를 없애겠다는 것. 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지난해 11월 허위사실공표죄를 삭제한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민주당 정진욱 의원은 헌법소원 청구 사유에 ‘법원의 재판’을 추가한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 후보의 사건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더라도 헌재에서 헌법소원을 통해 다시 판단을 받으려는 취지다. 대법원을 직접 겨냥한 법안들도 이날 발의됐다.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대법관 중 3분의 1 이상을 판검사가 아닌 사람으로 임명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안을 발의했다.

● 당내서도 “입법 독재 프레임 우려”

민주당이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 재추진에 이어 ‘이재명 방탄’이라는 국민의힘의 비판에도 전방위적인 입법에 나선 것은 이 후보를 겨냥한 대선 후보 자격론을 서둘러 차단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가 대선 전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입법 독재 프레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도부가 지나치게 입법을 밀어붙이는 모습이 우려스럽다”면서 “이런 모습이 대선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이성을 잃었다”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죄를 짓고도 대통령만 되면 재판도 피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고 비판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제왕적 대통령’도 모자라 아예 ‘제왕’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했고 김장겸 의원은 “이런 게 정치 보복이요 입법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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