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투명-책임 AI 리터러시 표준화
각급 학교별 로드맵-산업 전환 필수
엘리트 트랙과 보편 교육 병행해야
경기 고양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인공지능(AI) 특강을 하며 이렇게 물었다. 학생들 눈빛이 반짝였다. 0과 1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 누구와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생성형 AI 역시 본질적으로 0과 1의 코딩 위에서 움직인다. AI의 원리와 역사를 소개했는데 반응은 시큰둥했다. 방식을 바꿔, 실시간 AI 통역 앱을 시연하자 학생들은 금세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였다. 순간 깨달았다. 호기심이 참여를 부르고, 참여가 이해로 이어질 때 비로소 배움이 작동한다는 점이다. 우리 AI 교육도 이 연결고리를 중심에 놓고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 2강 구도가 본격화하는 세계의 AI 경쟁은 치열하다. 과거 전쟁의 승패가 병력, 기동, 보급, 제해 및 제공권에 좌우됐다면 오늘날은 점점 AI 역량이 승패를 가르고 있다. 최근 국지적 분쟁에서도 드론 운용과 정보 융합을 비롯한 데이터 기반 전장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동 사례에서 보듯 팔란티어, 안두릴, xAI 같은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와 AI 시스템이 안보 관련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흐름도 보인다. 기술과 안보, 경제가 뒤엉킨 이 변화는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기술의 위치도 달라졌다. 미국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은 저서 ‘제로 투 원’에서 브랜딩이나 글로벌 확장보다 실질적인 기술 가치를 강조했다. 팔란티어 최고경영자 알렉스 카프는 책 ‘기술공화국’에서 기술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는 실리콘밸리가 공공과 국방에서 소비자 앱으로 무게중심이 기울며 이윤 추구에 머물렀을 때 기술의 공공성과 책임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경계도 담겨 있다.중국은 ‘국가과학기술혁신계획’ ‘중국제조 2025’ ‘천인·만인 계획’ 등을 통해 장기 기술 투자를 해 왔다. 그 결과 딥시크 같은 생성형 AI 기업, 유니트리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 산업, 학교 모두 변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든다.
해법의 출발점은 교실이다. 첫째, AI 리터러시를 국민 교양으로 표준화하자. 생성형 AI의 작동과 편향, 저작권 훼손, 개인 정보 유출, 환각(잘못된 생성) 같은 한계를 스스로 분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 특강과 온라인 학습 병행이 AI 리터러시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질문과 검증, 요약, 발표를 수업 기본 루틴으로 삼자. AI가 제시한 답의 출처와 근거를 확인한 뒤 이를 자기 언어로 재구성해 친구와 토론하는 과정을 권장한다. 셋째, 합법적 AI 활용과 로그(기록) 제출을 제도화하자. 프롬프트(AI에 입력하는 명령어나 질문), 모델, 출처, 활용 과정을 과제와 함께 제출하면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다. 넷째, 엘리트 트랙과 보편 교육을 병행하자. 수학이나 소프트웨어에 강점이 있는 학생은 조기 선발해 심화 교육, 멘토링, 연구 기회를 제공한다. 모든 학생에게는 데이터 소양, 프롬프트 설계, 알고리즘적 사고를 기본 역량으로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다섯째, 교원 업스킬(Up-Skill)을 서둘러 추진하자. 단기 집중 과정을 신설해 교원 역량을 강화하고 ‘AI 수업 설계’ ‘평가 자동화’ ‘데이터 윤리’를 지원한다. 학교별 소규모 GPU(그래픽 처리 장치) 실험실을 마련해 프로젝트 학습을 상시화하면 좋겠다.
여섯째, 평가의 전환이 필요하다. 암기형 문항은 AI가 더 잘할 수 있다. 문제 파악, 데이터 수집 및 분석(또는 생성형 AI에 대한 적절한 질문), 결과 해석, 해결책 제안까지 평가 기준표에 따라 채점하고, 팀 산출물과 개별 구술평가 및 사용 로그를 함께 반영하면 공정성도 높아질 것이다.
일곱째, 교육 행정의 디지털 전환을 시행하자. 채점, 기록, 개인화 추천을 AI로 처리하되 소프트웨어 품질 관리, 책임 소재, 감사 로그는 더욱 엄격히 관리돼야 한다.
학교 급별 로드맵도 그려 볼 수 있다. 초등 단계는 국가가 운영하는 안전한 폐쇄형의 생성형 AI와 교육용 플랫폼으로 호기심을 키우고 과목별 적응형 퀴즈로 기초를 다진다. 중등 단계는 소프트웨어와 AI 선택 과목을 확대한다. AI 영재고를 신설하고 AI 장학퀴즈 같은 정례 대회를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대학은 전 교과에서 AI 도구의 합리적 사용을 장려하고 오픈 강좌를 확대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와 긴밀히 연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지역 도서관과 청소년센터의 시민 AI 리터러시 교육 상설화도 도움이 될 것이다.학교 밖에서는 산업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기업은 ‘AI 100인 전략’처럼 핵심 인재를 채용해 내재화하고, 산학 협력과 현장 인턴십을 AI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의대 일변도 현상을 완화하려면 성과 연동 보상, 높은 연봉, 스톡옵션 제공, 연구 자율성 보장 같은 명확한 신호를 청년 AI 인재에게 제시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AI 정책을 펴가는 과정에서 걱정과 이견은 당연하다. 변화 관리 전담팀을 두고 정책 및 교육 현장, 학부모와의 피드백 루프를 운용하면서 점진적으로 넓혀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필자 역시 생성형 AI를 활용하며 생산성 향상을 체감하고 있다. 비결은 집요한 질문에 있다. 학부모 질문도 “오늘 뭘 배웠느냐”에서 “오늘 뭘 질문했느냐”로 달라져야 한다. 질문이 있는 교실, 윤리가 살아 있는 교육, 기록이 남는 공정한 평가, 사람을 키우는 보상이라는 ‘네 바퀴’가 함께 굴러갈 때 한국형 AI 교육은 모방이 아니라 독창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교실 문을 닫기 전 학생들에게 말해 보자. “수업 종료 종이 울려도 질문은 계속된다.”
김영수 한국 비즈니스 AI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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