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면 흔하다"…머릿속 '흰 실' 정체에 경악 [건강!톡]

60대 여성 환자의 머릿속에 수많은 이물질이 흩어져 있는 모습이 담긴 엑스레이(X-ray) 사진이 주목받는 가운데 전문가가 이에 대해 '금침 요법의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가 가정의학과 전문의 양성관씨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형 진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뒤 "엑스레이에서 1㎝ 크기의 다수 이물질이 발견됐다. 기생충인가? 전기칩인가? 외국이었다면 특이한 환자 사례로 '케이스 리포트'에 올랐을 사진"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한국 의사들은 보자마자 헛웃음을 짓는다"고 했다. 이물질은 무릎·허리에서 자주 발견되지만, 이번에는 머리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물질의 정체는 기생충이나 전기칩이 아니라 '금침요법'의 흔적"이라고 했다.

금침 요법은 얇은 순금을 1㎝ 미만의 길이로 등분한 뒤 통증 부위에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시술자들은 침이 몸속에서 해당 부위에 계속 자극을 줘 치료 효과를 높인다고 보고 있다. 환자는 머리 부분에 금침을 이용한 시술을 여러 번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양 씨는 '긴장성 두통'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환자는 머리 중앙이 자주 아파 침 치료받고, 신경과에서도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었지만, 이상이 없었다고 했다.

양 씨는 "MRI와 자기공명혈관영상(MRA) 검사 결과 뇌출혈·뇌암·뇌경색 등의 이상 소견이 없었기에 긴장성 두통으로 확진했다"고 했다. 이미 정밀 검사를 받았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

현재는 금침 요법을 하는 곳이 많지 않지만, 과거에는 침술사에게 암암리에 이 시술을 받았던 환자들이 많았다. 2014년 임상 의료분야 국제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는 65세 한국 여성의 무릎 엑스레이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이 여성은 퇴행성 관절염이 낫지 않자 통증 완화를 위해 무릎에 금침을 수백개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민간요법이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금실이 혈관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또 몸속에 이물질이 남아 있으면 염증 악화와 2차 감염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금침 요법은 한방병원에서도 권장하지 않는다.

알리 게르마지 미국 보스턴대학 방사선과 교수는 "신체는 이물질이 들어오면 이를 제거하려는 방어 작용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염증 등이 생길 수 있다. 침들이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동맥과 같은 중요 부위를 손상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