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민화위)는 12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위원회 설립 30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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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위원회 설립 30주년 감사미사(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
민화위는 광복 50주년을 맞아 분단된 한반도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교회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고 김수환 추기경(당시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이 1995년 3월 1일 설립했다. ‘기도’, ‘교육’, ‘나눔’이라는 설립 취지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다양한 사목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미사에는 염수정 추기경, 초대 위원장 최창무 대주교 등 역대 위원장과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 서울 민화위와 관계된 사제·수도자, 북향민 지원 활동가, 후원회원 등 400여 명이 참여했다.
미사를 주례한 민화위 위원장이자 평양교구장 서리인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민족 분단 50년, 6·25 전쟁 발발 45년이 지난 1995년, 김수환 추기경께서 방북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셨던 그 해 3월 1일, 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설립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정 대주교는 “(민화위는) 지난 30년간 기도·교육과 연구활동·나눔이라는 사목적 비전을 세우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매주 화요일 명동대성당에서 바쳐왔고 벌써 1457차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현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한반도 형세가 사랑보다는 미움, 화해보다는 불화, 일치보다는 분열이 작동하고 있음이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 대주교는 “민족 화해를 위한 우리의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오늘 우리는 다시 이 길을 담대히 걸어갈 수 있는 용기를 청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의 화해, 그리고 모든 이들의 복음화를 위해 주어진 우리의 사명을 다시금 기억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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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택 대주교(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
또한 정 대주교는 “한반도는 80년이나 이어온 의심과 배척, 증오 안에서 갈등이 고착화되고 있는데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면 우리의 마음을 돌리는 회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이 시대에 새로운 관계를 바라는 모든 종교와 시민사회, 정관계 등과 힘을 합쳐서 남북의 마음을 돌리는 회심의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미사에서는 민화위의 역사 자료를 정리한 30년사 봉정식이 진행됐다. 기념식에서는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 초대 위원장 최창무 대주교, 주교회의 민화위 위원장 김주영 주교의 축사가 이어졌다. 축사 이후에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헌신해 온 이들에게 공로패와 감사패가 증정됐다.
가스파리 대주교는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과 갈등이 계속되는 지금,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의 새 장을 열어가려는 여러분의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면서 “교황청은 여러분의 이러한 노력을 깊은 관심으로 지켜보며, 한반도의 평화로운 통일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화위가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으로 더욱 풍성한 열매를 맺으리라 기도하며, 여러분의 활동을 통해 화해와 일치의 정신이 더욱 널리 퍼져나가길 바란다. 지난 30년간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헌신해 오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