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북한이 지난 4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에서 공개한 주요 무기체계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공격형 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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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방위산업 박람회와 유사한 무장장비전시회를 3년 연속 개최해 무기체계 발전을 과시했다.(사진=연합뉴스) |
5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기념 연설을 통해 “한국 영토가 결코 안전한 곳이 될 수 있겠느냐”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시가 “한미 미사일방어망 돌파 능력을 과시하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군사적 메시지”라고 분석한다.
첫 번째로 주목받은 무기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화성-11마’다. 기존 KN-23을 개량한 이 미사일은 극초음속 활공체(HGV) 형태의 탄두를 장착한 것으로 보인다. 마하 5 이상 속도로 저공 활공하며 비행해, 한미 양국의 패트리엇(PAC-3)이나 사드(THAAD) 같은 기존 방어체계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짧은 사거리지만 높은 회피 기동성과 명중률로 전시 작전 지휘소나 공군기지 등 한반도 내 주요 전략 거점을 겨냥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북한은 전시회에서 러시아의 3M-54E 초음속 순항미사일과 유사한 외형의 신형 무기를 함께 선보였다.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비행하며, 비행 궤적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평가된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무기는 한미 해상·공중 전력을 동시에 위협할 수 있는 ‘대함용’ 혹은 ‘전략타격용’으로 추정된다.
세 번째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과 ‘화성-19형’이다. 두 미사일은 고체연료 기반의 장거리 타격 수단으로,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발사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전 운용성이 높다. 특히 화성-18형은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전략무기로 평가되며, 19형은 성능 개량형으로 알려져 있다. 이 두 ICBM의 등장은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완성형 핵전력을 확보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전시 무기 중 일부가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전시장에 러시아제 ‘판치르’ 대공방어체계를 닮은 무기체계가 등장했으며, 일부 사진은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처리돼 군사협력 정황을 숨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방발전-2025’는 북한이 2023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무장장비전시회의 연장선으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이고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된 SRBM, 극초음속 미사일, ICBM 등은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뚫고 북한의 군사적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명확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김 위원장의 대남 위협 발언에 대해 “북한은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대화와 협력의 길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