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하이브리드(HEV), 연료전지 기술과 병행해서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데이 2025' 에서 이같이 밝혔다. 무뇨스 사장의 발언에 따라 시장에서는 벌써 제네시스가 내놓을 EREV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중간쯤으로 평가되는 EREV는 중국에서는 이미 전기차 인기를 끌고 있는 자동차로, 정체된 전기차 시장을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EREV는 내연기관 엔진으로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하이브리드처럼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 모터 및 배터리를 갖추고 있으나 엔진이 주요 동력인 하이브리드와는 달리, 모터로 구동하고 엔진은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에만 쓰인다.
이 때문에 EREV는 친환경적이면서도 주행 가능 거리가 전기차 대비 약 2배 이상으로, 한 번 충전으로 최대 900㎞ 넘게 주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쓰이는 등 충전 인프라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마켓 리서치 인텔렉트에 따르면 글로벌 EREV 시장은 2031년 5180억달러(약 748조) 규모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
제네시스는 2030년까지 완전 전동화 브랜드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으며, GV70 EREV는 이러한 전동화 로드맵의 전략적 모델로 자리한다. 순수 전기차 GV70과 하이브리드 사이에 위치하는 이 모델은 소비자들의 주행거리 불안을 해소하며 EV 전환을 보다 쉽게 경험하도록 돕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EREV로 출시될 제네시스 차종으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70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제네시스가 2030년까지 완전 전동화를 이루겠다고 밝힌 만큼, GV70의 EVER 출시가 현실화한다면 제네시스의 전동화 전략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높은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제네시스 EREV가 먼저 출시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제네시스 EREV는 내년 말 양산을 시작해 2027년 본격 판매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소비자들도 EREV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분위기다. 지난 8월 13~18일 자동차 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년 내 신차 구입 의향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차 소비자 초기 반응 조사'에서 EREV에 대한 인식과 구입 의향을 물어 분석한 결과 EREV 모델 구입 의향이 전체의 약 42%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가 48%로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도 42%에 달했다.
중국에선 이미 인기...업계 속속 출시 전망
중국에서는 이미 월 10만대씩 팔릴 정도로 인기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 9월 EREV는 중국에서 전년 대비 88.7% 증가한 11만1000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전기차가 전년 대비 28.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가파르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EREV는 약 131만 대로, 2023년(65만 대) 대비 2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제네시스뿐만 아니라 여타 완성차 기업들도 EREV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요타는 하이랜더와 시에나에 EREV를 탑재해 중국에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포드,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도 EREV 출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떠오르는 중국 전기차 기업 샤오펑은 EREV 시스템을 최근 공개하고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20만 위안(약 4000만원) 이상의 가격대로 전망되며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사용 시 주행거리 430㎞, 종합 주행 거리 140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며, CATL 최근 발표한 EREV용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친환경 차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EREV가 출시되면 전기차를 보조해 하이브리드와 함께 친환경 차 시장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