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즉위 이듬해에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고, 전 세계 가톨릭 청년이 한데 모이는 ‘세계청년대회(WYD)’ 2027년 개최지를 서울로 결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 등을 면담하며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모든 한국 사람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때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의 시복식을 진행했다. 그는 시복 미사를 집전하기에 앞서 서울 서소문공원을 찾았다. 교황이 15m 높이의 순교자 현양탑 앞 제대에 헌화하고 참배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송출되며 깊은 감명을 줬다.
올해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산불이 확산해 큰 피해가 발생하자 위로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교황청은 지난 3월 한국 가톨릭교회와 행정당국에 보낸 전보에서 “(교황은) 한국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발생한 생명의 위협과 피해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8월 서울을 2027년 WYD 개최지로 선정했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몇 안 되는 가톨릭 거점 국가인 데다 서울이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란 점이 선정 배경으로 꼽혔다. WYD에 교황이 참석하기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네 번째 방한을 약속한 셈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전에는 요한 바오로 2세가 두 번(1984·1989년) 방한한 적이 있다. 비록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지는 못하게 됐지만 차기 교황의 방한은 확정된 셈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는 “교황께서는 한국 천주교회의 특별한 전통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며 “한국 천주교회가 분단돼 있는 한반도와 전 세계에 수행할 책무가 있음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