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외국인 건강보험과 상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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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외국인 건강보험과 상호주의

외국인 건강보험은 요즘 우리 사회에 뜨거운 토론 주제다. 필자가 간사로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관련 민원 전화를 수도 없이 받는다. 저마다의 목소리가 얽히니 문제의 무게를 실감한다.

논쟁의 본질은 형평성이다. 한국은 2019년부터 외국인·재외국민이 6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하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의무 가입하도록 했고, 내국인과 똑같은 급여를 준다. 하지만 중국은 외국인 가운데 취업·영주권자에게만 제한적으로 가입을 허용하고, 자국민의 해외 진료비는 원칙적으로 급여하지 않는다. 이렇게 양국 제도의 비대칭성이 뚜렷할수록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공정은 더 커진다.

외국인 건보료 체납과 진료비 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 5월 말 기준 외국인 건보료 체납액은 357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준(308억원)을 넘어섰다. 국적별로는 중국(109억원), 베트남(45억원), 우즈베키스탄(40억원)이 상위를 차지했다. 외국인 가입자는 2020년 약 118만 명에서 2024년 158만 명으로 33.9% 증가했지만, 내국인은 같은 기간 5013만 명에서 4983만 명으로 0.6% 감소했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 국민에게 자국 공보험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국가 국민의 국내 건강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상호주의 원칙’을 반영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유학생·난민 등은 예외로 둬 인도적 보호를 유지하도록 했다.

해법은 정밀한 상호주의와 관리 강화다. 상호주의의 범위는 ‘고액·선택 진료’에 한정해야 한다. 응급·필수 진료와 취약계층은 예외로 보호하되, 신규 자격자의 고가 약·고난도 시술 급여는 최소 납부이력(6~12개월 등)을 충족한 뒤 적용하는 방식이 타당하다. 체류·납부·자격 관리를 전산화해 출입국·세무·건보 정보를 실시간 연동하면 체납 발생 즉시 통지, 분납·상환 시 자동 해제를 정밀하게 할 수 있다. 피부양자 자격도 실거주·부양 실재성을 기준으로 검증해 형식적 등록을 차단해야 한다.

국적·체류자격·자격유형별 보험료·급여·수지 및 체납 현황을 반기마다 공개하면 단편적 언론보도와 감정적 프레임 대신 공식 수치에 기반한 합리적 토론이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외교·국제법 리스크를 고려한 ‘파일럿 상호주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학생·교원·연구자·상용 장기체류자 등 상호적 이익이 큰 집단을 대상으로 부분적 급여 인정, 보험료 상호 공제 같은 단계적 모델을 도입하고 향후 그 효과와 부작용을 계량평가로 검증할 수 있다.

한국의 건강보험은 포용을 가치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같은 권리에는 같은 책임이 따른다. 상호주의 원칙과 정밀한 관리, 그리고 투명한 지표 공개를 통해서만 국민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외국인 건강보험을 둘러싼 감정을 제도와 수치로 바꾸는 것, 그것이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가장 공정하고 현실적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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