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무질서의 시대를 건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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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무질서의 시대를 건너는 법

‘질량보존의 법칙’은 중학교 과학 시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개념이었다. 모든 화학 반응에서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이 원리는, 당시에는 절대적인 진리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통해 질량이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음이 밝혀지면서, 우리는 이를 더 큰 틀에서 ‘에너지 보존법칙’으로 이해하게 됐다.

이 같은 자연의 법칙을 사회에 적용해보면, 물질적 자원과 에너지의 총량은 변하지 않지만 분배 방식에 따라 커다란 격차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총량은 일정하므로 결국 문제는 ‘어떻게 나누느냐’에 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관점은 분배의 정의에 집중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마르크스-레닌주의와 같은 사회주의 사상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자연에는 또 다른 법칙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물리학에서 엔트로피는 어떤 시스템이 가질 수 있는 미시적 상태의 수, 다시 말해 무질서도의 정도를 의미한다. 모든 자연 현상은 변화할수록 엔트로피가 증가하며, 이는 곧 질서 있는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이 법칙을 사회적 현상에 대입해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자원과 에너지의 총량은 같을지라도 활용 가능한 질서 있는 자원은 줄어들고 쓸모없는 에너지, 무질서한 자원이 점점 늘어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경제계 원로들이 말하는 “살기 점점 어려워진다”는 느낌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이 자연법칙이 사회에 반영된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엔트로피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까? 필자는 그 실마리가 공동체를 위한 ‘희생의 용기’에 있다고 본다. 노르웨이의 레밍(쥐과의 포유류)이 무리를 위해 절벽에서 몸을 던진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최근 밝혀진 바로는 무리를 위해 희생하듯 물에 빠져 죽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찾아 달리다가 멈추지 못하고 떠밀려서 강물 속으로 떨어져 죽는 것이라고 한다. 진정한 희생은 오직 인간만이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행위다.

인간은 가족과 학교를 통해 도덕과 윤리를 배우고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점차 공동체를 고려하는 존재로 성장한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지키고 싶은 것,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히 도덕적이라기보다 인간 생존 본능의 고도화된 표현일 수 있다.

종교 역시 이런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기독교의 사랑, 불교의 열반, 이슬람의 순종과 정의, 힌두교의 다르마, 유대교의 계약 등은 모두 신을 통해 인간이 자기 자신을 정화하고 공동체와 조화를 이루도록 이끈다. 결국 우리가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다고 믿는 행위는 인간공동체 DNA의 영속성을 위한 깊은 본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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