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은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각각 6%대와 3%대 득표에 그쳤을 만큼 이 후보의 유례 없는 압승으로 끝났다. 사실상 이 후보가 ‘2등 없는 1등’을 차지한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 지지층과 당원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치러지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확실한 카드로 이 후보를 선택하고 전폭적 지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압도적 정권 탈환을 통해 내란과 퇴행의 구시대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 후보가 170석 거대 정당의 공식 지원을 등에 업고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게 된 만큼 한층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고 볼 수 있지만 그의 대선가도엔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 우선 이 후보의 대선 승리는 입법 권력에 이어 행정 권력, 사법 권력까지 장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이 원하면 대통령 거부권 없이 무엇이든 법률로 만들어 시행할 수 있게 된다. 이 후보가 이를 의식한 듯 수락 연설에서 ‘통합’이라는 단어를 14번 사용하고 “공존과 소통의 가치” “대화와 타협의 문화” 등을 강조했지만 일방 독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국정 운영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 후보는 또 “어떤 사상과 이념도 국민의 삶과 국가 운영 앞에선 무의미하다”라며 “더는 과거에 얽매여, 이념과 사상 진영에 얽매여 분열과 갈등을 반복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최근 이 후보가 중도보수를 강조하고 실용주의 행보를 보여왔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2기가 불러온 무한대결 세계질서, 인공지능(AI) 시대에 “우리 안의 이념이나 감정은 사소하고 구차한 일”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런 메시지가 립서비스가 아니라 구체적인 공약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 후보는 최근 기업 중심 성장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기업 경영을 옥죌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상충하는 메시지로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이 후보는 이제 국정 최고 지도자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국민 검증을 받아야 할 시간이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과 이 후보의 압도적 지지율이 ‘당심 90%’라는 경선 결과로 이어졌지만, 반대파와 소수파의 목소리가 묻힐 경우 이 후보에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문에서 민주당을 향해 관용과 자제, 대화와 타협을 주문한 것도 거듭 되새길 필요가 있다. 큰 권력을 쥐었을 때 절제할 줄 아는 정치인이란 점을 보여줘야 한다. 말과 행동, 공약에서 믿음이 확인돼야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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