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 방송사에서 뉴스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가 인천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책에 관한 의견을 듣고자 하는 자리였다. 완성차, 자동차 부품, 철강 등 업계에 예상되는 피해와 공항, 항만이 있는 지역 특성상 수출입 물량 감소에 따른 우려를 설명했다. 특히 품목별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을 창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정을 마친 뒤에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관세가 주된 이슈였음에도 인터뷰의 절반을 기업 애로에 할애하고 말았다. 그러려던 것은 아닌데 평소 가진 생각을 이야기하다 보니 그렇게 된 듯하다. 흔히들 마음 가는 데 시간을 쏟게 된다고 하지 않는가. 성장을 가로막는 기업 애로는 그만큼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다.
회원사들을 만나다 보면 갖가지 애로를 듣는다. 잘하고 있던 사업에 대기업이 진출해 거래처를 잃고 손해를 보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면서도 제도와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현실에 쌓인 복잡하고 무거운 고민들은 머릿속을 쉬이 떠나지 않는다.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도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지만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기업 생태계가 참으로 복잡하고 촘촘하다.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회사만 800만 개가 넘고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엔 중견기업이, 소기업 안엔 소상공인이 있다. 이 세세한 구조를 아울러 모두에 도움을 주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우리 상공회의소는 조금 더 가까이에서 손을 내미는 역할을 한다. ‘인천 상생 패키지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차·기아 협력사와 함께 일하고, SK인천석유화학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지역주도 이중구조 개선지원 사업’을 운영한다. 고용장려금이나 취업지원금 지원을 통해 고용을 늘리고 임금 격차도 조금씩 줄여나간다. 산업안전보건 컨설팅을 하고 근로환경과 문화생활을 지원하면서 업무 밖의 삶까지 나아지도록 돕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사는 길이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중소기업이 단번에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계속 듣고 함께 움직이면 조금씩 개선되리라는 믿음은 있다. 중요한 건 이런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얼마나 정교하게 파고드느냐다.
또 한 번의 대선이 다가왔다. 투표권을 얻은 지 10년밖에 안 된 30대 초반 청년들이 벌써 네 번째 대통령을 뽑는다니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모두가 정치 이슈에 집중할 때도 기업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이 복잡한 목소리들이 조금 더 정확하게 반영돼 정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 한 기업의 성장과 고통은 사람들의 삶과도 연결돼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