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8일 한 대행의 대선출마론이 본격 제기된 지 2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한 대행은 출마 여부에 대해 애매한 화법과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이런 한 대행의 태도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가뜩이나 혼란한 정국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한 대행은 그런 한편으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직접 지휘할 뜻도 밝히고 있다. 이러니 조기 타결의 정치적 성과를 위해 미국에 저자세를 보이고 협상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한 대행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 “맞서지 않겠다(will not fight back)”고 밝혔다. “우리의 산업 역량, 금융 발전, 문화, 성장, 부는 미국의 도움 덕분”이라고도 했다. 협상 시작 전에 미국의 ‘은혜’부터 강조한 것이다. 또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를 포함해 무역 흑자 축소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며 협상의 패를 미리 깠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연계될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았다. FT는 한 대행이 “사안의 성격에 따라” 방위비 협정을 다시 논의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종 결정은 새 정부에서 하고 섣불리 타결하지 않는다’ ‘통상과 안보를 분리해 대응한다’는 기존 정부 입장과 배치된다. 관세 유예기간 내에 차기 정부가 출범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최대한 신중히 진행해도 모자랄 판에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한 대행은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고, 광주 울산 현장 행보에 나서는 등 일견 대선주자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론을 살피며 출마를 저울질하는 듯한 모호한 처신이 길어질수록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선이 4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하게 국정을 관리해야 할 최고책임자의 모습으론 적절치 않다. 하루라도 빨리 본인이 대선의 플레이어인지, 아니면 중립적인 관리자인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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