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21일 “자유와 헌법에 동의한다면 누구라도 함께하겠다”며 “당을 떠났던 분, 다른 정당에 몸담았던 분, 과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것은 진영의 고집이 아니라 연대의 용기”라고 했다. 작게는 보수 대통합, 크게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에 반대하는 세력이 큰 지붕 아래 모이자는 빅텐트론(論)에 시동을 걸었다는 관측이다. 탈당했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물론이고 민주당 안팎의 비명계까지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외연 확장을 통한 빅텐트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현재의 구도를 흔들지 않고는 40여 일밖에 남지 않은 대선 승리가 난망하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 응답이 ‘정권 유지’ 응답보다 높은 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포함한 범보수 주자들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이 전 대표 1명의 지지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뒤처지는 추세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뭔가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겠지만 여러 세력을 한 지붕으로 묶어낼 명분과 포용력을 갖췄는지 의문이다. 권 위원장은 ‘자유와 헌법’을 거론했지만 당장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드러나듯 계엄과 탄핵에 대한 내부 입장 정리도 못 한 채 티격태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나경원 이철우 등 몇몇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향해 “탄핵을 선동한 인물” “출마 자체가 잘못”이라고 비판한다. 안철수 후보는 “전광훈 목사와 함께 극우의 길을 갔다”며 김문수, 홍준표, 나경원 후보를 극우처럼 묘사할 정도다.
대통령 파면은 헌재가 전원일치로 결정했고, 국민 대다수가 수용한 일이다.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 사과와 단절이란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8명의 후보는 중도층 유권자와 아스팔트 우파 사이에서 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정치적 외연 확장을 선언했음에도 그 동력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이다. 당장 이준석 의원은 “단일화와 빅텐트는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헌재 선고 후에 ‘탄핵의 강’을 건너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 없이 ‘연대의 용기’ ‘빅텐트’ 운운해 봐야 도상 시나리오에 그칠 것이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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