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두 회사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이례적으로 손을 맞잡았다. 현대제철이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에 짓는 제철소에 포스코가 함께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사 인사를 받으며 미국에 2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엔 현대제철이 58억 달러를 들여 루이지애나에 연산 270만 t 규모의 자동차 강판 제철소를 건립하는 게 포함됐는데, 포스코가 최소 1조 원 이상을 투입하고 일부 생산 물량을 직접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어제의 적을 동지로 돌려세운 건 트럼프발 관세다. 미국은 금액 기준으로 한국 철강 기업들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2일부터 수입 철강과 파생상품에 25%의 관세를 때리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철강은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가뜩이나 중국산 덤핑 공세에 밀리던 국내 철강 기업들은 트럼프발 관세가 현실화되자 지난달에만 미국 수출액이 16% 넘게 줄었다. 트럼프의 ‘관세 철벽’을 넘으려면 현지 생산을 늘리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동맹은 윈윈 전략으로 꼽힌다. 현대제철로서는 포스코와 힘을 합치면 현지 투자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현대제철은 당초 투자금 58억 달러 중 일부를 외부에서 조달할 계획이었는데, 미국 진출을 오랫동안 준비하고 자금 사정까지 넉넉한 포스코가 제격이다. 10년 넘게 미국 제철소 설립을 놓고 고심하던 포스코 역시 나 홀로 투자의 부담을 덜면서 미국 진출이라는 해묵은 숙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한국의 철강 ‘빅2’가 해외에서 공동 투자와 생산에 나선다는 건 과거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포스코와 현대차그룹은 철강 외에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대응해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트럼프 관세의 틈바구니에 껴 휘청대는 다른 산업에서도 상상을 뛰어넘는 우리 기업들의 협력을 기대한다. 경쟁 상대와도 손잡을 수 있는 기업들의 과감하고 유연한 전략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트럼프 스톰’을 헤쳐 나가는 힘이 될 것이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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