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상법 개정 재추진을 공약했다. 이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주가지수 5,000시대’도 열겠다고 한다. 경제계가 강하게 반발하지만 6·3대선에서 승리하면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거부권을 행사해 바꾸지 못했던 상법을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어제 주식시장 활성화 공약을 내놓으면서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이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집중투표제를 활성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최근 폐기된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는 빠졌던 내용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전체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은 문구만 보면 주주 권익이 더 보호될 거란 인상을 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영 활동을 위축시켜 기업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이사회는 기업의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M&A), 대규모 투자 등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대주주와 소액주주, 장·단기 투자자의 이해가 엇갈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모든 주주의 의견을 동등하게 고려해야 한다면 이사회는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게 된다. 반대하는 주주가 제기할 배임죄 소송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사 선임 때 주주가 복수의 표를 갖고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집중투표제는 지금도 가능하지만 경영권 분쟁을 키울 수 있어 허용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도입을 강제할 경우 경영권이 불안정한 벤처기업 등은 큰 혼란을 겪게 된다.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채 뽑도록 의무화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의 확대도 기업의 반발이 크다. 감사위원을 이사회에 진입시킨 뒤 과도한 배당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어서다.최근 ‘성장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던 이 전 대표가 더 독한 상법 개정안을 들고나온 건 개미투자자의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혁신과 투자, 생산성 향상의 결과물인 주가는 정치 구호나 포퓰리즘 입법으로 높일 수 없다. 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면서 주가지수를 갑절로 끌어올린다는 약속은 공허할 뿐 아니라 비현실적이다.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