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광고음악 2500여편 작곡
방용석 음악감독
수십곡 모아 리마스터 작업
AI 음원유통 서비스서 공개
평생 간직할 순수한 에너지
언제든 되살려내는 게 음악
클래식 전공후 CM송 작업
주변 '딴따라' 손가락질에도
하고픈 일 묵묵히 걸어왔죠
'자 이제 시작이야'를 들으면 자연스레 '내 꿈을!'이 떠오르고, '이 세상 끝까지 달려라'를 들으면 어느새 '하니!'를 외치게 된다.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와 '달려라 하니' 주제가 등 1980~90년대생들의 추억을 책임진 노래들이 한 작곡가의 손에서 나왔다. 광고음악(CM송)·애니메이션 주제가 2500여 편을 만든 방용석 감독(66)이 그 주인공이다. 방 감독은 "내가 작곡했던 노래들로 애니송 페스티벌을 여는 게 목표"라며 "꿈과 희망으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의 노래를 통해 사람들이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에너지를 다시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 감독은 1980년대부터 활동한 국내 실용음악 1세대로 꼽힌다. '꽃을 든 남자' '스크루바' 등 수많은 히트 광고 음악을 만들었고, 이후 애니메이션 주제가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는 최근 뮤직플랫이 공개한 인공지능(AI) 기반 음원 유통 서비스 민티파이를 통해 리마스터링 버전을 공개하며 청년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민티파이는 기존의 복잡한 음원 유통과정을 AI로 자동화해주는 플랫폼으로, 음원 등록과 유통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여 창작자들의 접근성을 높인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방 감독은 숱한 히트곡을 남길 수 있었던 건 어린이들을 얕잡아 보지 않는 데서 출발했다고 밝힌다. 방 감독은 "아이들이라고 해서 단순히 반복되는 유치한 가사와 음을 쓰지 않으려 했다"며 "자아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에 평생 간직해 나갈 수 있는 순수한 에너지의 원천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가사에도 이런 철학을 반영했다. 슬램덩크의 '가슴 벅찬 열정을 끌어 안고', 포켓몬스터의 '언제 언제까지나 진실한 마음으로', 카드캡터 체리의 '우울한 건 모두 파란하늘에 묻어버려' 등이다.
사실 CM송 작곡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던 그에게 애니메이션 작업은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었다. CM송 한 편과 단가는 엇비슷한데 들어가는 품은 5~6배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도맡아 하게 된 건 아이들 덕분이었다고 한다. "동네 놀이터를 지나가는데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제 노래를 따라 부르더라고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절대 일본 노래를 먼저 듣지 않고 우리만의 정서와 느낌을 담으려 했습니다."
그가 이처럼 아이들 노래에까지 진심을 담으려 했던 건, 스스로 깊은 좌절의 시간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중앙대에서 클래식을 전공한 방 감독 역시 한때는 음악계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선후배들로부터 '딴따라'라는 비난도 들었다. 재능의 한계를 느껴 방황한 시간도 길었다. 그는 "절에 들어가 보기도 했고, 군대에도 도망치듯 입대했다"고 그 시절을 회고했다. "남과 비교라는 잣대로 자신을 바라보면 좌절감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를 밑바닥까지 들춰본 3년간, 내 안의 에너지가 내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이런 에너지를 원동력 삼아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다. CM송 작곡가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1991년,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라 서던 캘리포니아대(USC)에서 재즈와 영화음악을 공부했다. 유학길에 오른 직후엔 LA폭동을 겪었다. 무방비 상태에 놓인 한인타운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직접 노래를 만들어 한인 라디오 방송국 세 곳에 보내기도 했다. 방 감독은 "애국가 대신 그 노래가 전파를 탔고, 한인들의 항전에 불을 지피는 계기로 평가받아 현지 한인 언론 인터뷰도 했다"고 회고했다.
유학을 마친 뒤 다시 자리를 잡는 데에도 꼬박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텃세를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열정'이었다. "치질 수술 직후에도 작업 요청이 들어와 병원을 뛰쳐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서서 작업하다가 결국 앰뷸런스로 실려갔죠."
방 감독은 최근 AI 작곡을 활용해 다양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방 감독은 "AI를 활용하며 스펙트럼이 어마어마하게 넓어졌다"며 "외국어 가창을 하거나 장르를 넘나드는 편곡을 선보이는 등 활용 방안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인간 고유의 영역이 침범당하는 게 아니냐는 물음엔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전화번호를 외우는 능력은 줄었지만, 대신 새로운 활용 능력이 생긴 것처럼 AI 시대에도 인간은 또 다른 방식의 창작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랜 시간 노래로 응원을 전해온 방 감독은 마지막으로 청년 세대를 향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그는 "더 나은 삶은 지식의 축적이 아닌 습관의 축적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진로 고민과 불안한 미래로 절망에 빠진 청년들이 도전의 중요성을 미처 보지 못한다는 얘기다.
[박태일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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