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청색꽃게 제주서도 부쩍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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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바다 수온 57년간 1.6도↑, 지구 전체의 2배… 바뀌는 어업 지도
제주서 잡히는 어종 절반 아열대성
상어 출몰 잦아지며 방어 줄어들고… 동해선 오징어 등 한류성 어종 급감
경남 양식장 등도 어종 다변화 나서

제주에서 잡힌 청색꽃게

제주에서 잡힌 청색꽃게
11일 오후 10시경 찾은 제주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해안에 조명 수십 개가 빛나고 있었다. 최근 부쩍 늘어난 청색꽃게를 잡기 위해 사람들이 손전등이나 헤드라이트로 바닷속을 비추고 있는 것. 필리핀과 호주, 대만 등 아열대 해역에서 서식하는 청색꽃게는 지난해 제주에서 간헐적으로 발견됐지만,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늘었다. 제주도민 고모 씨(30)는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청색꽃게가 많이 잡히는 위치, 포획 방법, 요리법 등이 공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 어획물 절반이 아열대성… 오징어는 반 토막

제주에서 어획되는 물고기 가운데 아열대성 어종 비율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013∼2023년 제주 북부 연안 2곳(북촌, 신창)과 남부 연안 2곳(사계, 신흥)에서 잡힌 어종을 분석한 결과 아열대성 어종 비율은 신흥 53.5%, 사계·신창 각 49.5%, 북촌 39.3%였다. 같은 기간 동해(13.2%), 남해(12.6%)보다 훨씬 높다.

변화의 배경에는 빠른 수온 상승이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은 1968년부터 2025년까지 57년 동안 1.6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표층 수온 상승 폭 0.76도의 2배가 넘는다. 남쪽의 따뜻한 바닷물이 대한해협을 거쳐 한반도 주변으로 흘러드는 영향이 크다는 게 국립수산과학원 설명이다.

일부 어종은 반복 출현을 넘어 정착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호박돔, 아홉동가리, 독가시치, 금줄촉수, 잿방어 등이 대표적이다. 호박돔은 제주 수산시장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생선이 됐고, 아열대성 어종이 늘면서 이를 먹이로 하는 상어의 출몰도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제주시 애월읍 앞바다에서는 고래상어가 나타났고, 지난해 여름에는 무태상어 2마리가 어선에 잇따라 포획됐다.

수온 상승이 모든 어종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방어 등 한류성 어종은 천적인 상어와 고수온을 피해 동해로 서식지를 옮기고 있다. 동해 오징어 어획량도 2021년 6만851t에서 2025년 3만976t으로 반 토막 났다. 유생 생존에 적합한 수온 15∼23도를 웃도는 고수온이 지속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 경남 양식장도 조피볼락 대신 능성어로

전국 해상 가두리 양식 면적 85만 ㎡ 가운데 절반가량인 42만 ㎡가 몰린 경남은 고수온·적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양식 어종을 다변화하고 있다. 고수온에 약한 조피볼락은 1년 전 9500만 마리에서 올해 7300만 마리로 줄었고, 같은 기간 능성어는 36만 마리에서 85만 마리로 늘었다. 적정 사육 수온이 21∼25도인 조피볼락은 28도 이상 고수온에 노출되면 용존산소 부족 등으로 대량 폐사할 수 있다. 반면 능성어는 고수온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양식할 수 있는 어종으로 꼽힌다. 아열대성 어종인 벤자리도 지난해까지는 양식하지 않았지만 올해 50만 마리까지 증가했다.

이윤수 경남어류양식협회장은 “수년간 고수온 피해가 반복되면서 어민들이 자발적으로 양식 품종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에서는 최근 5년간(2021∼2025년) 고수온으로 102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김병엽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는 “기존 토착 어종은 북쪽으로 이동하고, 제주 남쪽의 아열대성 어종은 계속 유입되고 있다”며 “새로운 어종 유입이 먹이와 서식지 경쟁, 최상위 포식자 변동 등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통영=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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