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서 피의자를 조사할 때 ‘참여경찰관’ 없이 수사관 혼자서 신문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지적이 나왔다. 참여경찰관이란 담당 수사관 외에 피의자 신문에 함께하는 경찰관을 뜻한다.
13일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12월 서울 소재 모 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사무실과 별도로 분리된 조사실에서 A씨가 얼굴을 마주한 사람은 수사관 B씨뿐이었는데, 진술조서에는 또 다른 경찰관 C씨가 신문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A씨는 사무실을 찾아가 C경찰관을 만났지만, C경찰관은 A씨를 기억하지 못했다.
A씨는 자신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참여경찰관 없이 B수사관 한 명이 단독으로 조사한 점, 신문에 입회하지 않은 C경찰관이 진술조서에 자신의 이름을 기재한 점 등을 문제 삼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B수사관은 A씨에게 참여경찰관 제도에 대해 분명히 고지했고, A씨가 조서를 열람한 후 날인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이의 제기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C경찰관은 A씨에 대한 신문이 시작된 시점부터 조사실 유리문이 열려 있어 조사 내용을 직접 들을 수 있었고, 자신은 피의자 신문 장소로부터 1.5m 거리에 앉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243조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할 때는 검찰수사관이나 사법경찰관리 등이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진술조서 기재의 정확성과 신문 절차의 공정성 등을 담보하려는 취지다.
과거에는 경찰서 내 조사 공간과 사무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사무실 경찰관들이 참여경찰관 역할을 수행했다. 참여경찰관이 조사 과정에 배석하지 않고도 피의자 신문 조서에 이름을 올리는 게 관행처럼 여겨졌다. 최근에는 수사부서 환경 개선 사업에 따라 조사 공간이 분리됐지만 관행을 답습하면서 절차를 위반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참여경찰관이 참여 사건에 대해 주의와 관심을 표하지 않고, 피의자가 참여경찰관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참여경찰관이 피의자 신문에 실질적으로 참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참여경찰관의 실질적인 참여 없이 진행된 피의자 신문은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B씨와 C씨가 소속된 경찰서 서장에게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수사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