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진화하는 기상예보…“내년부터 10분 뒤 비 올지 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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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초단기 강수 예측 AI ‘알파웨더’ 개발

6시간 후까지 10분 단위 강수 예측 제공 가능

제주 서귀포시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예보관이 알파웨더를 통해 만들어진 초단기 강수 예측 이미지를 소개하고 있다. [기상청]

제주 서귀포시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예보관이 알파웨더를 통해 만들어진 초단기 강수 예측 이미지를 소개하고 있다. [기상청]

“기후변화로 기상 예보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정확도를 높여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아야 합니다.”

지난 20일 제주 서귀포시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에서는 기상예보에 AI를 접목한 ‘알파웨더’ 시스템 개발에 한창이었다. 기상청 예보관들이 6시간 이내 강수에 대한 ‘초단기 예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시스템은 내년 여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기상청 초단기 강수 예보 AI 모델은 2014년부터 약 7년간의 기상레이더 영상과 지상 관측자료를 학습했다. 이를 토대로 오픈AI의 ‘챗GPT’ 등 생성형 AI 모델이 사용하는 ‘트랜스포머 기술’을 활용해 미래의 기상예보를 제공한다.

초단기 강수 예보 AI 모델은 6시간 후까지 10분 단위로 기상예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내년 여름께 공개되는 초기 모델의 경우 2시간 이후까지의 예보만 제공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내년 장마철부터 기상청 홈페이지나 ‘날씨알리미’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누구나 비구름대가 2시간 후 어디를 지날지 알 수 있게 된다.

‘정확도 90%’ 내년 여름께 전격 도입…MS·엔비디아와 공동연구 논의도

초단기 강수 예보 AI 모델의 강수 정확도는 약 80~90%를 자랑한다. 이혜숙 국립기상과학원 인공지능기상연구과장은 “AI 모델로 올해 5~9월 강수 패턴을 예측한 결과 정확도가 굉장히 높았다”며 “다만 국지성으로 발생하는 호우의 경우 정확도가 다소 낮아 원인 분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모델의 도입되면 정확도가 향상될 뿐 아니라 예보에 투입되는 시간과 자원도 절약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이 모델을 통해 6시간 후까지 10분 단위 예측을 생산할 때 걸리는 시간은 38~42초에 불과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알파웨더는 글로벌 기업이 주목하는 기술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1월 미국 기상학회에 참석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정보기술(IT) 기업과 연구협력회의를 갖고 공동연구를 논의했다. 지난 7월 29일에는 스탠 포시 엔비디아 지구시스템 모델 총괄이 제주를 방문해 알파웨더 기술을 자사의 디지털 트윈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지난 2020년 인공지능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2030년까지 급변하는 일상 속 기상 변화에 대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2021년부터 올해까지 기상예측, 예보지원, 데이터에 대한 1단계 연구를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딥러닝을 활용해 ‘위성영상 기반 과거 유사사례 검색기’를 제작했고, 기준이 되는 위성영상과 가장 유사한 날의 과거 위성영상을 바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이달 8일 과학기술부 혁신본부가 선정하는 AI 분야 국가전략기술 특화연구소로 지정돼 2028년까지 150억원의 지원을 확보하게 됐다. 국가전략기술 특화연구소는 국가전략기술육성법에 따라 국가전략기술 및 인력의 육성·확보를 위해 지정되는 연구기관이다. 이 과장은 “앞으로 5년간 인공지능 기반 예보 연구를 해나가기 위해 국내외 여러 민간기업 및 연구기관과 협력할 계획”이라며 “알파웨더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103억 투자 ‘구름물리실험챔버’ 활용해 인공증우 실험…강원도 산불 예방에 활용 중

지난 20일 제주 서귀포시 국립기상과학원에서 가동 중인 구름물리실험챔버 .[지혜진 기자]

지난 20일 제주 서귀포시 국립기상과학원에서 가동 중인 구름물리실험챔버 .[지혜진 기자]

이날 취재진이 방문한 국립기상과학원 챔버동에서는 구름물리실험챔버를 활용한 인공증우 실험이 한창이었다. 연구진은 5분간 연소탄을 태워 강수성장 유도물질인 구름씨를 다수 만들어 냈고, 이를 에어로졸 챔버를 거쳐 풍동기를 통해 구름챔버로 보내며 구름챔버 내부에 구름입자가 형성되기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 이후 밀폐된 구름챔버 내부의 온도, 기압, 습도 등 환경 요건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니 구름 입자의 양이 실시간으로 늘어났다. 온도를 0도에서 마이너스 10도로 내리고, 기압을 850hPa에서 2000hPa로 낮추고, 고도를 지상 1.5km에서 8.2km로 높이자 20분 사이 판모양과 기둥모양을 띠는 얼음 결정들이 수십만 개 생겼다.

챔버가 20분간 가동하면서 판모양과 기둥모양을 띠는 수십만개의 얼음 결정들이 생기고 구름이 커진다. [지혜진 기자]

챔버가 20분간 가동하면서 판모양과 기둥모양을 띠는 수십만개의 얼음 결정들이 생기고 구름이 커진다. [지혜진 기자]

챔버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9개다. 기상청은 예산 103억원을 들여 지난 2022년 구름물리실험챔버 운영을 시작했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단열팽창식 이중 냉각구조로 이뤄진 챔버로, 대기 중 구름형성과 강수 과정을 인공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현재 강원도에서는 산불 예방 목적으로 인공강우 실증 및 실용화 준비가 계속되고 있다. 김승범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응용연구부 부장은 “미세먼지 저감, 가뭄 해소 등에도 인공증우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우리나라의 구름물리실험챔버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10년새 약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챔버 시장에서 중동, 동남아 등 해외 국가에 관련 기술 수출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화무쌍한 태풍 예보에도 AI 분석기술 도입

2008년 개소된 국가태풍센터는 예보관의 태풍 실황분석을 돕기 위해 최근 AI 기반 태풍 중심 분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혜진 기자]

2008년 개소된 국가태풍센터는 예보관의 태풍 실황분석을 돕기 위해 최근 AI 기반 태풍 중심 분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혜진 기자]

한편 기후변화로 변화무쌍해진 태풍 환경에 대응하고자 국가태풍센터도 최근 새로운 연구기술 및 예보 시스템을 도입 중이다. 국가태풍센터는 올해부터 태풍이 경계구역(북위 25도, 북쪽 및 동경 135도)에 진입했을 때 태풍정보 발표 주기를 6시간에서 3시간으로 단축했다. 이에 실제로 올해 태풍 종다리가 발생했을 때 3시간 단위의 예보를 시행했다.

또한 지난 8월 제10호 태풍 산산이 발생했을 때는 태풍 위치, 강도 및 크기, 해수면 온도 등을 반영한 태풍해설서를 시범 발행했다. 내년 5월부터는 태풍 중심이 경계구역에 위치하면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을 때 1일 1회 태풍해설서를 정식 발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예보관의 태풍 실황분석을 돕기 위해 AI 기반 태풍 중심 분석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주요 태풍 발달 해역에서 특별관측을 수행해 국제사회외 관측자료를 실시간 공유하고 있다. 이현수 국가태풍센터장은 “위성 영상 외의 관측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올해 동중국해 해상 등 8곳에 표류부이를 투하했다”며 “표류부이 투하 지점이 태풍이 집중적으로 지나간 지점과 일치해 올해 발생한 태풍 콩레이의 경과 자료 등을 분석하는데 유의미한 관측자료로 활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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