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생이 높은 수학 표준점수 등을 활용해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 학과에 진학하는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종로학원이 대입정보포털 ‘어디가’ 공시에서 2025학년도 주요 17개 대학 인문계열 학과 정시 합격자의 선택 과목을 분석한 결과 55.6%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에서 미적분이나 기하 과목을 선택했다. 통상 이과생은 수학 선택 과목으로 미적분과 기하를, 문과생은 확률과통계를 선택한다.
정보를 공개한 대학 중에서는 한양대가 인문계열 학과의 이과생 합격 비율이 87.1%로 가장 높았다. 서강대(86.6%) 건국대(71.9%) 서울시립대(66.9%) 성균관대(61.0%) 중앙대(53.8%) 연세대(50.3%) 경희대(46.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17개 대학 인문사회계열 학과 340곳 중 정시 합격생 전원이 이과생인 학과도 21개나 됐다.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성균관대 자유전공계열, 서강대 인문학기반자유전공학부 등이다. 한양대는 정보시스템학과(상경)뿐만 아니라 교육공학과 영어교육과 합격생 전원이 이과생이었다. 경제·경영 등 인기 학과뿐만 아니라 어문계열 학과까지 이과생들이 차지하고 있다. 서울대 고려대 등은 수학 선택 과목별 합격자 비율을 공개하지 않아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2022학년도에 통합수능이 도입된 이후 똑같이 만점을 받더라도 미적분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훨씬 높게 형성되는 현상이 이어졌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는 표준점수 격차가 11점까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자연계 학생들이 인문계 학과에 교차 지원하는 문과 침공 현상은 이때부터 본격화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자연계 학생이 인문계 중상위권 이상 학과에 대다수 합격하는 것은 선택 과목이 폐지되는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인문계열 학과의 합격선 예측이 매우 어려워져 문과생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