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오폭 현장’ 가장 먼저 도착해 신속대응한 숨은 영웅들

2 days ago 6

고민정 소령(왼쪽), 최창기 상사(가운데), 김광섭 상사.

고민정 소령(왼쪽), 최창기 상사(가운데), 김광섭 상사.
6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서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민첩한 초동 대응으로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한 육군 장병들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육군 6사단 예하 8587부대 군수과장 고민정 소령(43·여)과 의무중대 최창기 상사(43), 전투지원중대 소대장 김광섭 상사(36)가 그 주인공이다.

오폭 사고 발생 당일 부대에서 근무 중이던 의무부사관 최 상사는 외부에서 굉음이 들리자 건물 밖으로 나갔다.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고 큰 사고가 난 것을 직감한 최 상사는 부대 밖으로 나가 곧 배수로에 빠진 트럭 한 대를 발견했다. 트럭 운전석엔 한 남성이 의식이 희미해져 가는 상태로 목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최 상사는 육안으로 이 남성 상태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확인했다. 최 상사는 동시에 트럭과 약 3m 떨어진 곳에서 쓰러진 또 다른 남성을 발견하고 그의 옷 어깨 부분을 잘라 파편이 어깨 피부를 관통한 사실을 발견해 응급조치하기도 했다. 그는 곧 출동한 119구급대에 자신이 살펴본 환자 상태 등을 상세히 전해 신속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왔다.

고 소령은 이날 당직 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준비하던 중 폭발 현장을 목격하고 현장으로 달려 나갔다. 그는 파손된 민가에 부상자가 있는지 살피는 한편 현장에서 가스 냄새가 나자 부하 장병에게 민가를 찾아다니며 가스를 잠그도록 지시했다. 놀란 주민들이 현장에 모여들자 이를 막는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김 상사도 부대 병력을 즉각 대피시키는 한편 민가 내부에 추가 부상자가 있는지를 일일이 살폈다. 혹시 모를 불발탄 폭발 등 추가 사고를 우려해 현장 주민들을 통제하기도 했다.

고 소령은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인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 상사는 “당시 상황 조치를 하던 중 불발탄 폭발 가능성에 대해 들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며 “비슷한 상황이 또 발생해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사는 “이번 사고를 겪고 나니 평소 훈련의 중요성을 더 크게 절감하게 됐다”며 “무엇보다 위기 속에서도 서로를 신뢰하며 대응했던 전우애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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