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십 년간 법원 판결로 허용돼온 ‘고정 연장수당(고정OT)’ 관행까지 문제 삼는 새 포괄임금 지침을 내놨다. 기업들은 이참에 근무시간을 꼼꼼히 기록·관리하겠다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이에 노동자들이 반발하며 새로운 노사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9일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 지침’을 발표했다. 포괄임금제란 연장·야간·휴일근무 수당을 매번 따로 계산하지 않고, 미리 정한 금액을 월급에 묶어서 주는 방식이다. 근로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운 업종에 한해 법원에서 인정한 제도다. 근로기준법이 따라가지 못한 현실을 사법부가 보완한 셈이다.
이번 지침의 핵심은 두 가지다. 기본급과 각종 초과근무 수당을 급여명세서에 항목별로 나눠 적어야 하고, 실제로 일한 시간을 계산했을 때 수당이 미리 약속한 금액보다 많으면 회사가 반드시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법원이 인정해온 고정OT까지 단속 대상으로 삼았다.
고정OT란 실제 초과근무 시간과 관계없이 매달 일정 금액을 연장수당으로 고정해서 주는 방식이다. 법원은 그동안 실제 초과근무 시간보다 더 많은 금액을 고정으로 주는 고정OT는 적법하다고 판단해왔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이번 지침에서 연장·야간·휴일근무를 따로 기록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한 공인노무사는 “항목별로 나눠 기록할 수 있다면 애초에 포괄임금제를 쓸 이유가 없다”며 “사실상 고정OT도 없애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포괄임금제가 노동자에게 항상 불리한 것도 아니다. 2023년 정부가 수행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설문조사에 따르면 근무시간이 약속한 고정수당 시간보다 많은 경우는 19.7%였다. 반대로 고정수당 시간이 실제 근무시간보다 많아 노동자가 금액을 더 받는 비율은 14.5%였고, 같다는 응답도 48.3%에 달했다. 포괄임금제가 잘 지켜진다면 오히려 이득을 보는 노동자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적법한 포괄임금제 아래에선 실근로시간이 더 많아도 부족한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번 기회에 근무시간 관리를 강화하려는 기업도 있다. 한 중견 정보기술(IT) 기업 인사 담당자는 “이참에 연장근무 사전 승인제와 출퇴근 관리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라며 “정부 지침으로 노조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침에서 유연근무제 전환을 권고했지만 오히려 근무시간을 확인하기 어려운 재택근무 등을 줄이려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근무시간 관리 강화는 노사 갈등의 새로운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현대자동차 충남 아산공장에선 근무시간 중 외출할 때 소속과 이름을 적는 기본적인 출입 절차를 도입하자 노조 집행부가 “현장 탄압”으로 규정하고 사무실을 점거해 기물을 파손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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