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회사 사무실 냉장고에 보관 중이던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꺼내먹은 보안직원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른바 초코파이 절도사건 재판의 양상이 사뭇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다. 허탈함과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추가 증인이 등장하면서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8일 전주지법 제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을 열었다. A씨의 변호인은 항소심 첫 공판에서 새로운 증인 두 명을 채택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먼저 이 사건은 평소 다들(물류회사·보안업체·탁송업체 직원·기사 등) 비슷하게 과자를 가져다 먹은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증인은 1심 증언 도중 검사가 ‘당신도 과자를 먹었느냐’고 묻자, 자기에게도 괜히 불똥이 튈까 봐 방어하는 식으로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A씨와 보안업체에서 함께 일한 동료였던 증인은 앞선 신문에서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간식을 먹은 적은 있다”면서도 “사무실에 냉장고가 있는 줄은 몰랐고 거기서 간식을 꺼내먹지는 않았다”라고 답변했다. 원심은 이 증언을 근거로 A씨가 냉장고에서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가지고 간 것을 절도라고 판단했다.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요청한 두 명은 원심 때와는 다른 인물”이라며 “둘 다 사무실의 사정을 잘 아는 분들인데, 제가 증언을 부탁한 과정이 왜곡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통화내용을 녹음했다”며 녹취록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증은 두 명을 모두 다음 기일에 부르기로 했다. 증인신문은 다음 달 30일에 열린다. 사무실 냉장고 속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는 따로 허락 맡고 먹어야 하는지 따져 볼 것으로 보인다.
절도죄는 피해자의 승낙이 있다면 사건이 구성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 실제로 대법원은 동거인인 피해자의 지갑에서 현금 6만원을 꺼낸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현금을 가져가는 것을 보고도 현장에서 피고인을 만류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이를 허용하는 묵시적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면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사건도 원청인 물류회사 사무실 냉장고를 하청인 보안업체 직원과 탁송업체 기사도 관행적으로 이용했다는 증언이 나온다면 원심의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사건은 보안업체 직원인 A씨가 지난해 1월 18일 오전 4시 6분께 전북 전주시 완주군 소재 한 물류회사 사무실 냉장고에 들어있던 400원 상당의 초코파이 1개와 650원 상당의 커스터드 1개를 꺼내먹어 피해금 1050원짜리 재판이 열린 사태다. 물류회사 소장이 폐쇄회로(CC)TV를 보고 A씨를 신고하면서 기나긴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A씨는 원심에서 벌금 5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절도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직장을 잃을 수 있어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무죄를 다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이 재판까지 갈 사안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항소심 재판장도 “(세상이) 각박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다수의 변호사도 검찰이 기소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