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을 또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얼간이’라고 표현하며 기준금리가 1%보다 낮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측이 제기한 Fed 청사 개보수 비용 과다 지출 의혹에 대해 자발적으로 감사를 요청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신앙사무실 오찬 행사 연설에서 “우리에게는 정말 나쁜 Fed 의장이 있다. 그가 금리를 낮췄다면 친절하게 대했겠지만, 소용이 없다”며 “그는 정말 ‘얼간이’ 같고 멍청한 사람”이라며 파월 의장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에도 금리 동결을 고수하고 있는 파월 의장에 불만이 누적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Fed가 총 4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었지만, 기준금리는 4.25%~4.50%로 모두 동결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미스터 투 레이트’(너무 늦은 사람)라고 부르는가 하면 멍청이, 바보, 패배자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기준금리 탓에 연방정부가 갚아야 할 국채 이자 부담이 커진 것을 지적했다. 기준금리 1%포인트에 3600억달러의 비용이 들고 2%포인트면 6000억~7000억달러가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는 활황이고 기업 신뢰도는 급등했다”며 “소득은 증가했고 물가는 하락했고 인플레이션은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준금리는 1%보다 낮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측이 제기한 ‘Fed 청사 개보수 비용 논란’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지난 주말 워싱턴DC 소재 Fed 청사의 개보수 공사비와 관련해 감찰 조사를 해달라고 마이클 호로위츠 Fed 총감사관에게 요청했다.
최근 트럼프 측은 Fed 본부 공사 비용이 초기 계획보다 7억달러 늘어난 25억달러에 달했고 그 원인으로는 옥상 정원, 인공 폭포, 대리석 장식 등의 설계 변경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의 러셀 보트 예산국(OMB) 국장은 지난 10일 파월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청사 인테리어에 혈세를 낭비했다며 ‘베르사유 궁전’을 짓냐고 비꼬았다.
하지만 이는 내년 5월부로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을 조기에 교체하기 위한 구실을 찾는 것이란 분석이 많다. 파월 의장이 대통령의 명령과 반대되는 금리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는 법이 허용하는 정당한 해임 사유가 될 수 없어서다. 악시오스는 “겉으로는 옥상 정원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Fed에 대한 통제권을 둘러싼 싸움”이라며 “파월 의장을 내년 봄 임기 만료 전에 정당한 사유로 해임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