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영향이 있지만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칠 불확실성을 감안해 서두르지 않고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Fed가 일러도 6월에야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하 서두를 필요 없어”
파월 의장은 이날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통화정책 조정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2월 3%대로 다시 높아진 일시적인 현상으로 해석했다.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동결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의 일부는 관세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단기간 지속되다가 자연스럽게 하락할 경우 정책적 개입 없이도 이를 관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곧 안정될 것이라는 근거로 최근 설문조사에서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상승한 것과 달리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는 안정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Fed가 매분기 말 공개하는 경제전망예측(SEP)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중간값)를 연 3.9%로 예측했다. 지난해 12월 전망치를 유지한 것이다. 예측치대로라면 Fed는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된다. 다만 Fed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올해 최소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한 FOMC 위원은 전체 19명 중 11명으로, 지난해 12월의 15명보다 4명 줄었다.
◇내부에선 스태그플레이션 불안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것에 무게를 두자 ‘2022년 인플레이션 억제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파월 의장은 재차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하락할 것이라면, 굳이 추가적인 긴축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Fed 내부에선 파월 의장의 발언과는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SEP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낮췄다. 연말 실업률 예측치도 4.3%에서 4.4%로 높였다. 반면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예상치는 2.5%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 상승률’ 예상치도 2.5%에서 2.8%로 올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한 평가를 볼 때 Fed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을 엿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현재 우리는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근접한 4.1%를 유지하는 동안에도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2%에 가깝게 둔화하는 상황에 있다”며 “우리가 (1970년대의) 그런 상황과 비교할 만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진 않는다”고 진단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Fed가 금리를 내리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썼다. Fed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을 이어간 것이다.
◇증시는 환호
이날 뉴욕증시는 FOMC 결과에 환호했다. 다우존스지수와 S&P500지수, 나스닥지수 등 3대 지수가 동반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특히 Fed가 4월부터 국채 상환 한도를 월 250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축소하기로 한 걸 주목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 회수 속도를 늦추겠다는 것이다. Fed는 “금융시장 내 유동성이 충분하지만, 자금시장에서 다소 긴축이 발생하는 조짐이 있어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Fed가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81%로 예상했다. 하지만 6월 FOMC에선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55%로 보고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