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크라 정상 ‘부분 휴전안’ 통화… 트럼프 “美가 소유땐 러 공격 못해”
NYT “광물 개발에 전력 필요… 제안”
젤렌스키 “자포리자 원전 논의” 밝혀
러, 수용 의문… 협상 난항 겪을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원전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부터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원전을 거론한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통화 뒤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자포리자 원전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의 주요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패트리엇 미사일 등 방공 시스템을 제공해 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통화에서 ‘에너지·인프라’ 부문의 휴전에 합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 휴전안에 동의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상대의 에너지·인프라 부문을 겨냥한 공격을 감행하고 있어 ‘부분 휴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또 러시아가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을 포기할 가능성이 낮고,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전 소유·운영에도 반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을 둘러싼 각국의 셈법이 달라 향후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美가 소유해야 공격 못 해” 속내는 광물개발 활용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좋은 통화를 마쳤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X에 “긍정적이고 실질적이며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공개했다.
두 정상의 통화 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언론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원전을 소유하는 게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 보호를 위한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통제하는 시설을 러시아가 공격하지 못할 것이란 뜻. 태미 브루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미국 정부가 아니라도 미국인이 소유한 법인을 통해 원전을 소유하면 (충분한)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 젤렌스키, 美에 “패트리엇 달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민간인 보호를 위한 추가 방공 체계, 특히 ‘패트리엇 미사일 체계’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도 “유럽 내에서 이용 가능한 체계를 찾는 데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공개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정보 공유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패트리엇은 ‘킨잘’ 등 러시아의 최신형 탄도미사일까지 격추할 수 있는 고성능 방공 체계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거듭된 공습으로 보유 중인 패트리엇 미사일 등 방공망이 대거 손상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에너지·인프라 부문에 대한 공격을 멈추는 부분 휴전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상대의 관련 시설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18일 밤 무인기(드론) 145대, 순항미사일 4기, 탄도미사일 2기를 발사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과 병원 2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일대의 석유 시설을 공격했다고 맞섰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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