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30일 전입니다” 위기감 조성…‘황의 분노’가 지금의 엔비디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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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 / 스티븐 위트 지음·백우진 옮김 / 496쪽·2만8000원 / 알에이치코리아

인공지능(AI)의 영향력이 일상에도 빠른 속도로 스며드는 지금. ‘이 사람’의 입에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그의 한마디는 글로벌 반도체, 정보통신(IT), 금융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주가까지도.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IT 업계의 ‘록스타’로 떠오른 인물. 엔비디아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에 대해 쓴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뉴요커’ 기자인 저자가 3년 동안 젠슨 황을 비롯한 엔비디아 핵심 관계자 300여 명을 인터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황이 10세에 미국으로 이주해 성장기를 보내고, 1993년 엔비디아를 공동 창업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소개했다.

책은 특히 엔비디아가 결정적 전환점을 맞이하며 어떻게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구축했는지의 과정에 집중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황이 가진 독특한 리더십과 엔비디아의 기업 문화다. 엔비디아는 강도 높은 업무량과 끈끈한 조직 문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엔비디아의 모토는 “우리 회사는 파산하기 30일 전입니다”일 정도다. 황은 항상 위기감을 조성하며 민첩하게 조직을 운영하고, 까다롭게 인재를 개발해 약 60명의 직원에게 매주 직접 보고받는 중앙집권적 경영 스타일을 갖고 있다고 한다.다소 부담스러운 사례도 소개한다. 공개적으로 심할 때는 몇 시간씩 이어지는 질책, 이른바 ‘황의 분노’다. 엔비디아의 전 수석 과학자 데이비드 커크는 회의 도중 ‘황의 분노’를 말리려다가, 오히려 자신이 지독한 질책을 받았던 상황을 떠올렸다. “전쟁 때 참호에서 기관총에 손을 흔든 꼴이었다.” 다만 책은 “젠슨은 절대 복도에서 한 사람만 붙잡고 소리 지르진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소리치는 것이 동기 부여 전략의 일부이며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또 하나의 극적인 장면은 2010년대 초반 엔비디아가 그래픽에서 AI로 무게중심을 전환하던 순간이다. 엔비디아는 어렵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평가받은 병렬 컴퓨팅과 신경망 연구로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것이 AI 연구와 응용에 최적화된 하드웨어 개발로 이어진다. 처음엔 황도 그 가능성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AI의 잠재력에 대한 연구원들의 설득과 ‘강력한 도구만 제공하면 사람들이 그것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낼 것’이라는 신념으로 거액을 투자했다. 그리고 이 도전은 우리가 아는대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책 후반부에서 ‘AI가 인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을 받자, 황은 “나는 그런 (것을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저자에게조차 ‘황의 분노’를 퍼부은 것이다. 책에 따르면 황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비교하면 온화하고 야심이 적은, 현실적 사고방식을 중시하는 엔지니어다. 그런 점에서 그의 반발은 당연한 반응일지 모른다.

같은 맥락에서 이 책은 황의 비전이나 AI의 미래에 대한 혜안을 얻을 수 있는 책으로 보긴 어렵다. 다만 AI 혁명이 시대적 주류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 거대한 물결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이가 어떤 고민과 도전을 겪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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