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 17번홀에 들어서자 골프장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는 사라졌다. 전장 123m짜리 짧은 파3홀을 2층짜리 관람석이 둥글게 감싸고 있었고, 맥주병을 손에 든 갤러리들은 선수의 티샷이 그린에 떨어질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공이 홀컵 가까이에 붙으면 함성은 더 커졌다. ‘랜치 17’로도 불리는 이곳은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서 가장 뜨겁고 시끄러운 공간이었다.
17번홀은 골프장이라기보다 과거 검투사들이 생사를 걸고 대결을 펼친 콜로세움에 가까웠다. 관람석 주변에는 음식과 음료를 파는 부스가 이어졌고, 사람들은 맥주와 간단한 먹거리를 들고 끊임없이 오갔다.
오후가 깊어질수록 분위기는 더 달아올랐다. 선수의 샷 하나하나에 환호와 탄식이 터졌고,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도 자연스럽게 말을 섞었다. 이곳에서 만난 앨리슨 일행도 이 같은 분위기에 섞여 있었다. 앨리슨은 “상사가 TPC 크레이그 랜치 회원이어서 같이 왔다”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골프 경기를 보는 경험을 하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고 말했다.
랜치 17이라는 이름에는 이 대회가 기리는 미국의 전설적인 골프 선수 바이런 넬슨의 삶이 담겨 있다. 넬슨은 1945년 한 해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18승을 거뒀고, 이 가운데 11승은 연속 우승이었다. 그는 34세에 프로 무대를 사실상 떠난 뒤 텍사스에 목장을 사 목장주로 살았다. 17번홀에 붙은 ‘랜치’(목장)라는 이름은 프로골프로 번 돈으로 자신의 목장을 갖고 싶어 한 넬슨의 꿈과 은퇴 후 삶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17번홀은 단순히 시끄러운 관람 구역에 그치지 않았다. 티잉 그라운드 주변 관람석에는 후원사와 기업 관계자들을 위한 독립 공간이 마련됐다. 이곳에서 만난 오릭스 미국법인 소속 맷 스컬리언은 “랜치 17은 비즈니스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며 “오후에 여기서 비즈니스 미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17번홀의 콜로세움형 구조가 사람들을 모이게 한다고 했다. 스컬리언은 “하나의 홀을 관중석이 완전히 둘러싼 풍경은 PGA투어에서도 흔치 않다”고 강조했다.
매키니(텍사스)=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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