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샷 보며 가족들과 K바비큐…텍사스의 완벽한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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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를 찾은 갤러리들이 대회장에 마련된 식사 공간에서 친구 및 가족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를 찾은 갤러리들이 대회장에 마련된 식사 공간에서 친구 및 가족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국에서 스포츠는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를 응원하는 일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식프로풋볼(NFL) 경기 전 주차장에 차를 대고 트렁크를 열어 바비큐를 굽는 ‘테일게이팅’ 문화에서 볼 수 있듯, 스포츠는 가족 나들이이자 하나의 음식 문화다.

지난 주말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도 골프 대회장이라기보다 커다란 야외 축제장에 가까웠다. 더 CJ컵 바이런 넬슨이 열린 나흘 동안 이곳을 찾은 갤러리는 24만83명. 이들은 선수들의 샷을 따라 코스를 옮겨 다녔지만, 경기만 보진 않았다. 잔디밭에 앉아 음식을 먹고, 아이와 함께 체험 공간을 돌고, 친구를 기다리며 맥주를 마셨다. 갤러리들은 잔디밭 위에서 주말을 함께 보내는 지역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서 한국 요리사들이 선수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고기를 굽고 있다.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서 한국 요리사들이 선수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고기를 굽고 있다.

갤러리 입구 근처에 먹거리와 체험 공간이 집중되는 한국 골프 대회와 달리 이곳에는 코스 안쪽 깊숙한 곳까지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마련됐다. 갤러리들은 특정 조의 경기를 놓칠까 조급해하기보다 코스를 천천히 걸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대회를 즐겼다. 골프를 잘 모르는 사람도 머물 이유가 충분한 공간이었다. 비비고를 비롯한 한국 음식과 선크림 등 화장품도 대회장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갔다.

경기장에는 아이 손을 잡거나 유아차를 끌고 온 가족 단위 갤러리가 많았다. 경기장에서 차로 40분가량 걸리는 텍사스주 켈러에서 온 한 가족도 매년 이 대회를 찾는다고 했다. 이들은 전년 우승자인 스코티 셰플러를 가장 응원한다고 했지만, 관심은 경기 결과에만 있지 않았다. 딸 에머리와 함께 온 어머니는 “사실 경기보다 이 축제 분위기와 즐거움을 만끽하러 온다”며 “주말에 가족과 함께하기 좋은 활동”이라고 말했다. 딸 손에는 방금 산 스틱형 선크림이 들려 있었다. 좋아하는 K팝을 묻자 에머리는 망설임 없이 베이비몬스터의 ‘클릭 클랙’과 트와이스를 언급했다.

나이스 샷 보며 가족들과 K바비큐…텍사스의 완벽한 휴일

에머리가 들른 곳은 대회장 안쪽에 마련된 ‘하우스 오브 CJ’다. 올해 이 공간은 지난해보다 규모를 키웠고 내부 조명도 한층 밝아졌다. 텍사스의 보수적인 지역 정서와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은 대회 분위기를 고려한 변화다. 방문객들은 간단한 게임에 참여해 경품을 받고, 음식을 맛보고, 영화관 체험 공간에 줄을 섰다. 이곳을 찾은 조지프는 “골프를 보러 가기 전에 시간을 보내기 좋았다”고 말했다. 가장 인상 깊은 공간으로는 스크린X 부스를 꼽았다. 그는 “영화가 사방에서 둘러싸는 느낌이 압도적이었다”고 했다.

처음으로 골프 대회장을 찾은 이들도 금세 분위기에 섞였다. 친구의 초대로 남편과 함께 왔다는 할리는 이번이 첫 방문이고 골프를 잘 모르지만, 어색하게 서 있을 필요가 없었다. 경기장 곳곳에 먹거리와 체험 공간, 쉴 자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할리는 “남편이 골프를 치기도 하고 구경해 보고 싶어 겸사겸사 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만족해했다.

고등학생 관람객인 캐머런, 소이어, 게이지의 하루도 비슷했다. 이들에게 골프장 나들이는 세계적인 선수들의 샷을 보는 일이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주말 일정이었다. 캐머런은 “미국 골프 문화는 모두가 섞여 즐기는 대중 스포츠에 가깝다”며 “지난 4~5년간 골프 붐이 크게 일어 우리 또래도 주말이면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골프를 치러 간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인상적인 점을 묻자 소이어는 “오늘 날씨가 꽤 쌀쌀한 것만 빼면 한국식 치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코스 주변 잔디밭에서는 유니폼을 맞춰 입고 그늘에서 쉬는 청소년 모임도 만날 수 있었다. 숀은 댈러스 북부와 프리스코, 매키니, 플레이노 등 경기장 주변 교외 지역에서 온 9~14세 아이들과 함께 대회장을 찾았다. 그는 교회 청소년 단체 ‘GOLF 316’에서 일한다. 이 단체에서 골프(GOLF)는 ‘하나님의 사랑은 끝이 없다(God Offers Love Forever)’는 뜻이다. 숀에게 이 대회는 아이들에게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여주는 현장 교실이었다. 그는 “아이들이 계속 좋은 활동에 참여하고, 건강한 환경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대회장에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매키니(텍사스)=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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