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곽도영]‘AI 규제 필요 없다’는 젠슨 황, 이번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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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영 뉴욕 특파원 “기업은 원하면 얼마든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누군가 어른이 와서 그러라고 할 필요 없다(You don’t need some adult to tell you).”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갈라 기자회견 때 이렇게 말했다. 인공지능(AI) 속도조절론이 한창 업계를 달구고 있을 때였다. 그는 “기업이 시장의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스스로 속도를 늦추면 된다”며 일률적인 규제의 필요성을 일축했다.테크 유토피아에 가려진 기업의 본질 최근 AI 속도조절론을 둘러싼 논쟁은 기업의 자율권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첨단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대중은 그 혜택을 누린다. 또 투자자들은 더 나은 수익을 위해 기업에 자본을 제공한다. 이런 선순환은 현대 기술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로 견고하게 자리 잡았다. 자유 시장 경쟁과 기업의 자율성은 첨단 기술이 가져올 ‘테크 유토피아’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기업은 황 CEO의 말처럼 문제가 될 때 스스로 속도를 늦추는 식으로만 돌아가지는 않는다. 투자 자본의 압력과 치열한 시장 경쟁의 관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 기업은 점차 몸집이 커지면서 더 많은 외부 자금에 의지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창업가의 지분은 희석되고 기업의 의사 결정은 투자 수익과 주주 논리에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다. 자본의 논리가 현재의 AI 무한 경쟁 시스템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는 이미 드러났다. 개발사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새 AI가 외부 시스템을 해킹하고, 허용되지 않은 사이트에 접근한다. 심지어 그 방식을 다른 AI 모델과 공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를 관련 기관에 신고하지 않았고, 언론을 통해 전말이 알려지며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개발자라면 자신이 만든 AI의 사회적 파장을 우려할 것이다. 하지만 투자 자본이 우려하는 건 주가 하락과 투자 손실, 경쟁사에 대한 약점 노출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픈AI 해킹 사건을 조사했던 외부 연구진은 초기 제공 자료에서 누락된 부분을 발견했고, 마지막 방문에서야 관련 기록 전반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겉으론 독립적인 AI 안전성 검증을 지지하면서도, 결국 실제 조사 과정에선 기밀 사항과 세부 내용을 최대한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는 얘기다.기술만큼 경영과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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