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빼고 상호관세 유예]
트럼프 사저 찾아 “관세 포기 아냐”… 출구 전략으로 “中 공격 강화” 제시
‘강경파’ 나바로 등보다 존재감 부각… 와일스-그레이엄 등도 설득 힘보태
이 과정에서 베선트 장관의 영향력이 급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파’로 분류되는 그는 ‘강경파’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 등에게 밀려 존재감이 다소 부족한 듯 보였다.
하지만 베선트 장관은 6일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휴일을 함께 보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때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이 관세를 포기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득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러트닉 장관 대신 그에게 일본과의 통상 협상을 맡겼다.
● 크루즈-와일스-다이먼 등 전방위 설득트럼프 대통령은 미 동부 시간 8일 오후 9시 폭스뉴스의 시사 프로그램 ‘션 해니티’ 쇼를 시청했다. 이 방송에는 그레이엄 의원, 크루즈 의원 등 공화당 의원 7명이 출연했다. 이들이 한목소리로 관세 후폭풍을 우려하며 “하루빨리 관세 협상을 타결하라”고 촉구하자 대통령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WP는 이 방송이 나간 뒤 대통령이 의원들과 1시간 넘게 통화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성향이 강한 텍사스주가 지역구인 크루즈 의원은 “관세를 유지하면 상대의 관세 보복을 초래할 것이고, 이것이 텍사스주와 미국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호소했다.
CNN에 따르면 와일스 비서실장도 “공화당의 주요 의원이 관세에 분노한 지역구 유권자들의 전화를 계속 받고 있다”며 대통령을 거듭 만류했다. 9일 오전 8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하는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또한 폭스뉴스에 출연했다. 그는 “관세로 물가가 오르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만났고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과도 통화했다. 켈러주터 대통령 또한 미국의 관세 피해로 경제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스위스는 이날 0시부터 31%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았다.
● 결정타는 베선트 점심 면담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적으로 유예를 결정한 시점은 9일 점심 때 이뤄진 베선트 장관과의 면담으로 추정된다. AP통신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당초 약속됐던 한 오찬 행사의 참석을 미루고 급히 백악관에 와서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대통령에게 “미 국채 수익률 급등(국채 가격 하락) 추이가 심각하다”며 불법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베선트 장관은 중국과 다른 나라를 구별해서 대응하자며 “중국을 출구전략(off-ramp)으로 사용하자”고 조언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그는 “중국을 공격하면 사람들이 좋아한다. 중국 공격의 강도를 끌어올리고, 다른 나라와는 협상하자”며 대통령을 설득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1시 18분 트루스소셜을 통해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전격 발표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