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용 핵심 장비인 TC본더 공급 업체 한미반도체와의 갈등 봉합에 나섰다. 한미반도체 TC본더만 100% 쓰던 SK하이닉스가 올해 들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한화세미텍을 복수 공급사로 선정하면서 두 회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본지 4월 17일자 A1면, A3면 참조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 임직원은 인천 가좌동에 있는 한미반도체 본사를 방문해 경기 이천 HBM 생산 현장을 떠난 한미반도체 엔지니어들의 복귀와 장비 구매 등을 두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HBM 제조 장비의 업그레이드와 5세대 HBM(HBM3E) 제조용 TC본더 추가 발주 등을 협의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두 회사는 2017년부터 TC본더를 함께 개발하며 8년 넘게 ‘동맹’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지난달 후발 주자인 한화세미텍에 420억원 규모의 TC본더 14대를 주문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TC본더는 D램을 쌓아 만드는 HBM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열과 압력을 가해 D램을 결합하는 장비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12월부터 한화세미텍의 특허 침해 소송이 진행 중인데, SK하이닉스가 한화 제품을 사들인 것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에 따라 최근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의 HBM 제조 라인에 파견된 60명가량의 엔지니어를 철수시켰다. ‘무료’로 서비스하던 장비 유지·보수 비용도 ‘유료’로 전환했고 TC본더 가격도 “28% 인상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두 회사가 갈등 봉합에 나선 건 TC본더 관련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게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 등에서 쏟아지는 HBM 주문 때문에 SK하이닉스 HBM 생산 라인은 ‘풀 가동’ 중인데 한미반도체 엔지니어 철수가 장기화하면 유지·보수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미반도체도 지난해 매출(5589억원)의 50% 이상을 차지한 SK하이닉스를 놓치면 작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