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중러 정상회담
트럼프때보다 실세 왕이가 영접
푸틴 “총알의 이익따라 질서 재편… 中-러 협력은 국제정세 안정 핵심”
중동 전쟁속 에너지 공급 약속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15일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이후 5일 만에 만난 중-러 정상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는 미국을 비판하며 일종의 공동 전선을 형성하고, 양국 간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중동 휴전, 더 미룰 수 없어”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중동의 전면적 휴전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전쟁 재개는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전쟁이 조기에 종식돼야만 국제 에너지 시장이 안정되고, 공급망 등 국제무역 질서의 교란이 줄어든다”고 촉구했다.푸틴 대통령도 “세계의 긴장 상황을 고려할 때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다자기구에서 중-러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또 “중-러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외교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중요하고 안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중-러 정상회담 뒤 발표된 공동성명에선 더 직접적으로 미국을 겨냥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중-러는 공동성명을 통해 “일부 국가나 연합체가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개입하거나 지역의 기존 안보 구조를 훼손하며 진영 대립을 조장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 승인을 거치지 않은 모든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미국이 올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고, 2월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한 것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동성명에 ‘북한 비핵화’ 관련 언급은 없었다. 대신 ‘대외적 고립과 제재를 포함한 북한에 대한 압박에 반대한다’는 북한을 지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본에 대해선 ‘급속한 재무장 노선이 평화에 대한 위협이다’, ‘장기간 민감한 핵물질을 축적해 온 데 우려를 표한다’며 견제 의지를 나타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늦은 밤 베이징에 도착해 사실상 하루짜리 방중 일정이었다. 하지만 두 정상은 오전 환영행사를 시작으로 약 3시간에 걸친 단독 회담, 확대 회담 등 밀착 행보를 이어 갔다. 특히 푸틴 대통령을 공항에서 영접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맞았던 한정(韓正) 중국 국가부주석보다 실세란 점도 주목받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이 푸틴 대통령 의전에 더욱 신경을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협력은 조율 필요
두 정상은 이날 에너지 분야를 포함해 약 20건의 협력 분야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동 위기 속에서도 러시아는 믿을 수 있는 에너지 공급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중국 또한 책임감 있는 소비국으로서의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찬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로 사실상 에너지 판매가 중단됐다. 이 와중에도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거 수입하는 중국이 일종의 경제 버팀목인 셈이다. 중국 역시 이란과 미국이 각각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의 정세 불안정으로 러시아산 에너지가 더욱 필요하다.
다만 러시아가 원하는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사업의 양국 협력에 관한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사업은 러시아의 최북단 야말반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가스관을 통해 몽골 울란바타르 등을 거쳐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으로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사업에 대해 중국과 전반적인 합의가 이뤄졌다”면서도 “세부 사항은 합의가 필요하며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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