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국방 아시아안보회의
韓·中, 단검 발언에 유감 밝혀
韓 단검 비유는 日정한론 기원
한국의 전작권 전환 의지 두고
헤그세스 "고무적"이라면서도
"미군의 작전 계획과 균형" 강조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이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의지에 대해 "고무적"이라고 하면서도 미군의 작전 계획·책임과의 '균형'을 강조하면서 신중론을 보였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중국에 대해 한국을 '단검'에 비유한 발언 논란과 관련해 "지정학적 설명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진은 지속됐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전작권 관련 질문에 답하며 "동맹국이 더 빨리, 더 많은 통제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며 이는 우리가 계속해서 장려하고 싶은 본능"이라면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 "미군의 작전 계획과 미군 장병들이 수십 년간 지녀온 책임이 존중되는 지점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헤그세스 장관이 이날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균형'을 언급한 데에는 브런슨 사령관의 입장이나 주한미군의 전반적 사기 문제도 고려돼야 한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군사령부가 한국 측 사령관·미국 측 부사령관 체제로 꾸려지며 미군이 타국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퍼싱 원칙'의 예외적 상황이 현실화하는 것에 대한 내부 우려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미는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바 있다. 한국은 이르면 내년에 전환을 이루는 게 목표다. 다만 최근 브런슨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 시점으로 2029년 1분기를 거론한 바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도 한국의 국방비 증액을 모범 사례로 언급했다. 그는 "'부담 공유'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다면 한국을 살펴보라"며 "한국은 전쟁을 학문적 연습처럼 여길 여유가 없기 때문에 꾸준히 국방에 투자해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방비를 새로운 국제 기준인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증액하고 재래식 방어에 있어 더 큰 책임을 지기로 한 결정은 위협 환경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22일 미국 육군 전쟁대학 팟캐스트에 출연해 '중국이 보기에 한국은 아시아 중심에 위치한 단검'이라는 표현을 쓴 것과 관련한 청중의 질문에도 답했다.
그는 "이 말은 프로이센의 한 군사전략가가 한국을 '일본을 겨누는 단검'이라고 했던 것을 활용한 비유였다"면서 "작전 환경을 설명하려는 것이었다"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단검'이라는 표현은 1880년대 프로이센 출신으로 일본 육군대학 고문으로 부임한 야코프 메켈의 언급에서 비롯됐다. 러시아·청나라가 한반도를 장악하면 일본을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로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정당화하는 이른바 정한론의 근거가 됐던 발언이다. 다만 역사적으로 중국이 한국을 단검이라고 표현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 이후 주한중국대사관이 반발한 데 이어 한국 정부도 미국 측에 해당 발언에 사실상 유감을 표명하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현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헤그세스 장관이 한국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대단히 의미가 있다. 동맹의 여러 가지 역량과 능력에 대해 그 평가와 상호 우호적인 신뢰 관계가 굉장히 깊다"고 답변했다.
안 장관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대한민국 주도의 한반도 방위를 위한 독자적 역량 강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연설에서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를 위한 역할을 맡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편 헤그세스 장관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과 양자회담을 갖고 미사일 공동 개발·생산 방안을 협의했다고 교도통신과 닛케이 등이 이날 보도했다. 두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AMRAAM)과 개량형 요격 미사일 'SM3 블록 2A' 등의 공동 개발과 생산 노력을 가속하기로 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도쿄 이승훈 특파원 / 서울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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