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전원을 석방하지 않으면 가자지구 휴전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앞서 하마스가 이날 이스라엘의 휴전 협정 미준수를 이유로 15일로 예정된 인질 석방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데에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도 군에 최고 경계태세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9일 발효된 ‘가자전쟁’ 휴전 협정이 한 달도 채 안 돼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무기한 연기한 것에 대해 “끔찍하다”고 답했다. 이어 휴전의 향방을 묻는 질문에 “그것은 이스라엘의 결정이다”면서도 “내가 보기에는 토요일 정오까지 모든 인질이 돌아오지 않으면 모든 협상이 중단되고 지옥이 열릴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하마스가 인질을 전원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내 개인적인 입장이며 이스라엘이 이를 무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자신이 밝힌 인질 석방 일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로 돌아올 권리를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 그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고 밝힌 내용이 먼저 공개되자,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15일로 예정됐던 인질들의 석방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다.하마스는 “지난 3주 동안 적(이스라엘)의 위반 사항과 협정 조건 미준수를 면밀히 모니터링했다”며 “(이스라엘은) 난민들의 가자지구 북부 귀환을 지연시키고, 가자지구의 여러 지역에서 포격과 총격으로 난민들을 표적으로 삼았으며, 합의된 대로 모든 형태의 인도적 지원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마스는 모든 의무를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인질 석방 5일 전에 이같은 성명을 낸 이유에 대해 “이스라엘이 의무를 이행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시간”이라고 밝히며 이스라엘이 휴전 협정을 이행할 경우 인질 석방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휴전 협정을 완전히 위반한 것”이라며 “가자지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이스라엘 남부 지역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갖추라”고 군에 지시했다.
이번 하마스의 인질 석방 연기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팔레스타인인 가자지구 이주 구상에 반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젬 카셈 하마스 대변인은 사우디아라비아 방송 알 하다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팔레스타인 정부와 가자지구 행정에 대한 논의에는 열려 있지만 추방에는 열려 있지 않다”고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하마스는 8일 인질 석방을 앞두고도 “가자지구를 소유하려는 트럼프의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의 발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 휴전 협정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휴전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 관계자들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에서 추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으로 인해 미국의 휴전 보장이 더 이상 마련되지 않았으며, 중재자들은 미국이 단계적 협상을 계속할 의사가 있다는 명확한 징후가 있을 때까지 회담을 연기한다”고 전했다.이집트는 바르드 압델라티 외무장관을 미국에 급파하며 외교전에 나섰다. 압델라티 장관은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아랍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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