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특사 “포괄적 평화 합의 희망”
핵 포기땐 경제제재 해제 가능성
강경한 이란, 美요구 응할지 미지수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이란 본토의 핵 시설 3곳을 폭격하며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을 이끌어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음 주 이란과 비핵화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대화를 예고했다. 그는 25일 “(핵 협정) 문서가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또한 “이란과의 포괄적 평화 합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란과 다음 주에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요구할 유일한 것은 이전에 이미 요구한 핵에 관한 것”이라며 이란에 대화 참여를 압박했다. 회견에 배석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란과의 합의는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려는 이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습으로 이란의 핵 시설이 파괴됐다며 “그 문제(핵 협정 체결)가 그렇게 강하게 필요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이미 공습으로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이 상당히 약화된 만큼 협상 체결 문서에 목매지 않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어 “합의가 있든 없든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가 유일하게 요구하는 건 (이란의) 핵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윗코프 특사도 같은 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 농축 및 무기화는 미국의 레드라인(led line·금지선)”이라며 “무기화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란과는 농축이 불가능하면서 보다 나은 민간 핵 프로그램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를 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민수용 원자력 에너지 이용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그가 언급한 ‘포괄적 합의’는 이란이 핵 개발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함한 완전한 핵 포기를 대가로 미국이 이란에 부과한 각종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란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요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란 의회는 25일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협력을 잠정 중단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IAEA는 미국의 공격을 받은 이란 핵 시설 3곳의 피해 정도를 면밀히 평가하기 어려워졌고, 행방이 묘연한 고농축 우라늄의 위치 또한 파악하기 힘들어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이번 조치로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이탈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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