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시대]
폭스뉴스와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
“불법 이민자 상당수가 범죄자”… 새정부 출범 이틀새 460명 체포
국경에 연방군 최대 1만명 배치… 바이든 정부 겨냥 “4년간 지옥 겪어”
“이란 암살 조직보다 1400만 명의 불법 이민자가 더 두렵고 걱정스럽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자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이민자들을 겨냥해 “우리나라에 테러리스트, 살인자, 강간범, 폭력 범죄자, 갱단 조직원이 있다”면서 이같이 밝힌 것. 지난해 대선 때부터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추방의 필요성을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입성과 동시에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불법 이민자 및 국경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33시간 만에 불법 이민자 460명이 체포됐다. 국경 단속을 위해 연방군 소속 군인 1500명이 추가로 배치되고, 유인 항공기와 무인기까지 동원되고 있다. ‘국경 차르’로 임명된 톰 호먼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게임체인저”라고 불렀다.
● 국경에 연방군 1만 명까지 증원 배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가 알기론 (불법 이민자의) 많은 수가 범죄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베네수엘라 등 남미에서만 온 게 아니다”라며 “이란과 콩고(민주공화국), 심지어는 생각지도 못한 나라들에서도 왔다”고 덧붙였다. 특히 콩고를 콕 집어 “감옥을 비워 죄수들을 미국에 보냈다”고도 했다.
또 야당인 민주당이 이민자 문제에 포용적인 이유에 대해선 “멍청하거나(stupid) 우리나라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민자 친화적인 이른바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들이 자신의 이민 단속 작전에 불응할 경우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자금을 삭감할 수 있다며 “캘리포니아주가 훌륭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불법 이민자 단속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트럼프는 뉴섬 주지사를 “멍청한 극좌 정치인”이라고 부르며, 그가 수자원 보호 정책을 밀어붙인 탓에 로스앤젤레스(LA) 산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20일 발동한 행정명령을 근거로 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속도가 붙고 있다. 로버트 세일시스 미 국방부 장관 대행은 이날 “오늘부터 남서부 국경에 1500명의 현역 군인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는 시작에 불과하고 향후 1만 명까지 병력이 늘 수 있다고 했다. 또 해안경비대는 국경 지역에 쾌속정과 항공기 등을 집중 배치해 불법 이민자 입국 차단에 나선다. 일각에선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등이 이민자 단속 작전에 투입되면서 마약 단속 같은 기존의 핵심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WP는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후속 조치로 난민들의 미국 입국길도 막히고 있다. 입국이 예정됐던 난민들의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1만여 명의 미국 입국이 무산됐다고 CNN이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불법 이민자 추방에 대해 긍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의회의 입법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새 행정부 출범 후 미 의회에서 1호로 가결된 ‘레이큰 라일리 법안’이 대표적이다. 불법 입국자가 미국에서 강도,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 체포되면 국토안보부가 구금하도록 한 내용의 이 법안은 상원에서 공화당 의원 전원은 물론 민주당 의원 10여 명의 찬성표를 얻어 통과됐다.
● “쓰레기들에 의해 4년간 지옥 겪어”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의사당 난입 사태를 주도한 자신의 지지자 1500여 명을 사면한 걸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완전히 무죄였다”며 “그들은 선거가 조작됐다는 것을 알고 투표에 항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퇴임 전 가족과 측근 약 16명을 선제 사면한 것을 두곤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를 겨냥해 “나는 이 쓰레기들에 의해 지난 4년간 지옥을 겪었다. 웃기거나 슬픈 건 바이든이 자신은 사면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보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정보 수집에 사용된다는 우려와 관련해선 “중국산 휴대전화와 컴퓨터가 더 큰 위협 아니냐. 중국이 미친 동영상을 보는 어린아이들의 정보를 중요하다고 생각하겠느냐”며 일축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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