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녀 이방카가 20일(현지시간) 아버지가 주재한 ‘촛불 만찬’에 배우 오드리 헵번의 드레스를 재현한 의상을 입고 등장하면서 정치적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이방카는 1954년 영화 ‘사브리나’에서 헤범니 입었던 드레스를 그대로 재현한 옷을 입었다. 몸에 딱 맞는 드레스에 넓게 퍼진 스커트가 달린 것이 특징인 이 옷은 검은색의 꽃 자수가 인상적이다.
이방카는 또 헵번처럼 올림머리를 하고 팔꿈치까지 오는 새틴 장갑을 착용했다. 다반 헵번의 흰색 장갑과 달리 이방카는 검은색 장갑을 착용했다. 이 드레스는 헵번의 모든 옷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지방시에서 제작했다.
하지만 이방카의 패션은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영화 ‘사브리나’는 운전기사의 딸인 헵번이 재벌가 형제와 사랑에 빠지는 신데렐라 이야기다.
특히 헵번의 드레스는 노동자 계층의 딸이 상류 사회의 중심 인물로 변신하는 순간을 상징한다. 재벌가에서 자란 이른바 ‘금수저’ 이방카가 드레스의 가진 의미를 알 수 있겠냐는 것이다.
미국 패션 잡지 글래머는 “이방카는 1950년대를 연상시키는 선택으로 전통적인 보수적 미학에 호소하는 듯했다”며 “과거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부유한 배경의 그녀가 헵번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옷을 선택한 것은 시대와 메시지의 불일치를 드러낸다”며 “헵번이 영화에서 표현한 신데렐라 스토리와 이방카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헵번의 생애를 알고 있는 팬들은 더욱 분노했다. 헵번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네덜란드에서 반 나치활동을 하던 레지스탕스였다.
그는 고립된 연합군 공수부대원을 안전지대로 인도하며 식량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고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헵번은 유니세프 친선 대사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992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헵번의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이건 그를 모욕하는 것이다” “헵번은 배우가 되기 전 이방카의 아버지가 추구하는 정치운동에 반항하는 인사였다” “헵번은 이방카의 인생과 완전히 다르게 살았다” 등 이방카의 의상에 대해 비판했다.
비판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이방카는 백악관을 통해 헵번의 드레스를 입은 ‘특권’에 대해 감사함을 표했다. 이방카는 “오랫동안 내게 영감을 준 헵번의 유산을 이러한 방식으로 기리는 것을 큰 특권이라고 생각하고, 이 순간을 실현해 준 지방시 팀에 매우 감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