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들이 다른 나라 정부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는 것을 수사하지 말라는 행정명령에 10일(현지시간) 서명했다.
미국 정부 관료들이 외국기업에게 뇌물을 받으면 안 되지만, 자국 기업이 외국에서 뇌물을 주는 문제는 미국 정부가 상관한 일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 행정명령은 법무부에 해외부패방지법, 영어로는 FCPA (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라고 하는 법을 이행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77년에 발효된 법률로서 미국 기업, 미국인, 미국에서 주식을 발행한 외국기업이 외국 관리에게 뇌물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금은 미국에서 뇌물을 전달하는 외국 기업이나 외국인도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최고 15년 징역형과 25만달러 가량의 벌금을 내야 할 수 있다. 해마다 10여건에서 20여건 가량이 적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정부가 관여하면 중요한 계약을 따내야 할 때 미국 기업들이 경쟁사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관행을 사용하지 못해서 미국 기업들이 외국의 경쟁사에 비해 불리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로비를 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에 과도하게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운동장이 기울어지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결정은 규제 완화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과 미국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지금까지도 미국 기업들이 타국 관료에게 로비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 정부도 이를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지 않았다고 보기도 힘들다. 아울러 정부 관료가 직접 외국에서 뇌물을 받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금지되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는 메시지는 그만큼 미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는 뜻이며, 이 과정에서 윤리적인 이슈 등을 문제삼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그만큼 어려운 경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