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그널 게이트’ 물의 빚은 왈츠 美안보보좌관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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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왈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25.05.02 워싱턴=AP 뉴시스

마이클 왈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25.05.02 워싱턴=AP 뉴시스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알렉스 웡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경질됐다고 미국 폭스뉴스 등이 1일(현지 시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이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 관련 군사기밀을 실수로 언론에 유출한, 이른바 ‘시그널 게이트’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왈츠 보좌관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직위를 잃은 첫 고위 당국자가 됐다. 왈츠 보좌관이 전격 교체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기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4차례나 교체한 전력이 있다.

● 웡 부보좌관도 교체… 추가 경질 가능성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왈츠 보좌관은 앞서 3월 특별한 보안 기능이 적용된 정부 통신망이 아닌 일반인들도 흔히 사용하는 메시지 앱 ‘시그널’로 유명 시사주간지인 디애틀랜틱의 편집장을 실수로 초대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선 경질론이 제기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언론이 과도하게 보도한 것”이라며 일단 그에 대한 신뢰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또 참모들 역시 대통령이 왈츠 보좌관을 신임한다면서 경질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과 자신의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등에서 측근들에게 왈츠 보좌관에 대한 의견을 묻기 시작했고, 이는 대체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 징후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왈츠 보좌관에 대한 불만도 사석에서 자주 표출했다고 한다.

왈츠 보좌관 경질에는 ‘시그널 게이트’가 결정적인 ‘한 방’이 됐지만 그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 트럼프 정부의 핵심 관계자들이 이 사건 이전부터 이미 왈츠 보좌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것. 왈츠 보좌관이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이 지지하지 않는 인사들을 자신의 보좌진으로 거듭 발탁한 것도 이번 교체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면서 왈츠 보좌관은 이란 핵협상이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정 중재 등 핵심 외교안보 사안들에서 점차 밖으로 밀리게 됐다는 것이다. 대신 이 빈자리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나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 등이 점차 채우게 됐다고 주요 언론들은 보도했다.

그린베레(미 육군 특전대) 출신인 왈츠 보좌관은 앞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테러방지 고문을 지내며 북핵 6자회담 등에 관여한 바 있다. 앞서 2022년 의회 청문회에선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중국이 대만을 침략하면 미군이 한국에서 병력을 동원하는 것을 허용할 준비가 돼 있느냐”며 “한국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 는 등 중국 견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 강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왈츠 보좌관과 함께 웡 국가안보 부보좌관 역시 이번에 백악관에서 짐을 싼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계 미국인인 웡 부보좌관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강경 보수 선동가인 로라 루머가 지난달 그의 사상과 전력 등까지 문제 삼는 등 강성 보수 진영이 그를 타깃으로 지목하면서 경질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웡 부보좌관은 시그널 유출 사건 당시에도 핵심 참모로 지목된 인물이었다고 폭스뉴스는 이날 전했다.● 후임에 윗코프 중동특사 등 거론

왈츠 보좌관이 102일 만에 물러나면서, 가뜩이나 ‘관세 정책’ 등에 대한 부작용으로 뒤숭숭한 백악관에 어떤 후폭풍이 닥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선 이번 해임이 단순히 ‘보안사고’ 때문이 아닌 백악관 내 이념 갈등 등에 따른 전격 경질인 만큼, 내부 분열이 당분간 이어질 거란 관측도 나온다. 폭스뉴스는 국가안보보좌관실 등에서 추가 경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경질로 백악관이 스스로 내부 보안 체계의 취약성을 인정한 것 아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향후 추가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현재 이란 핵협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개 등 민감한 외교 현안이 진행 중인 가운데 외교·안보 사령탑이 갑자기 교체돼 공백이 발생하면서 일시적인 혼란이 생길 거란 관측도 있다.

왈츠 보좌관의 후임이 누가 될진 아직 불확실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윗코프 중동특사가 선두에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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