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관세 담당 각료 130분 회담
깊이 있는 대화 나눴지만 합의 미정
실무자급 협의 후 이달 중순 3차 회의
日 언론 “6월 정상 간 회담서 타결” 전망
日 재무장관 “美 채권, 협상에 사용할 수도”
미국과 일본이 두 번째 관세 협상을 진행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는 못했다.
양측이 대화를 통해 ‘깊이 파고든 얘기를 했다’고 밝힌 가운데, 내달 양국 정상이 회담을 통해 결론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일 2차 관세협상 직후 일본 측 관세 담당 각료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이어 양국 간 무역 확대와 비관세 장벽 관련, 경제 안보 분야 등에서 폭넓은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열린 1차 회담 때에는 75분간 논의가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시간을 늘려 양측이 130분간 협상을 이어갔다.
일본 측은 아카자와 경제재생상, 미국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했다. 1차 때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깜짝 만남은 없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합의된 부분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의에 “양국이 공개를 안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일부가 합의됐어도 협상은 패키지로 성립되는 것이고, 모든 사항이 합의되어야 최종 합의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환율과 방위비를 포함한 안전보장과 관련된 부분은 이번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미·일 환율 문제는 양국 재무장관이 주도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안보 문제의 경우 별개의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양국은 2일부터 실무자급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실무자급 협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이달 중순께 각료급 3차 회의를 갖기로 했다.
일본 언론에서는 6월 정상 간 합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내달 15~17일 캐나다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있어 가능성은 높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G7 정상회의 전후로 이시바 총리가 미국에 들르는 방안도 있다”며 “이때 양국 정상이 큰 틀에서 기본합의를 한 뒤에 세부 내용은 담당 각료가 논의하는 2단계 합의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경우 오는 7월 하순에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90일간의 상호 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시점은 7월 9일이다. 집권 자민당의 경우 선거 전에 미국 관세 철폐 또는 유예 기간 추가 연장이라는 성과를 올려야 선거 결과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트럼프 정부도 최근의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한 혼란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가운데 일본과의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과 협상이 종료되어야 이를 토대로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세계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인 일본은 현재 진행 중인 미일 간 무역협상에서 자국에 유리한 카드로 미 국채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은 이날 TV도쿄에 출연해 미 국채를 매각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입장이 대미 무역협상 도구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카드로 존재한다”고 수긍했다. 그러면서 “그 카드를 사용할지는 다른 결정”이라며 아직 미국에 이 이슈를 제안하지는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은 세계 1위 미 국채 보유국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1조 1300억 달러(약 1600조원)의 채권을 갖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해당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가토 재무상의 발언이 미 국채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치가 실제 취해지면 막대한 시장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조명했다.
웨스트팩뱅킹의 마틴 웨튼 금융시장 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가토 재무상의 발언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은밀한 위협”이라고 전하며 “‘부드럽게 말하되, 큰 몽둥이를 들라(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말처럼 (미 국채는) 일본 재무부가 가진 커다란 몽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