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밴스 부통령을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차기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밴스 부통령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노(No)’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는 ‘트럼프가 밴스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부터 ‘밴스 부통령이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앵커인 브렛 바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밴스 부통령에 대해 “매우 유능하고 지금까지 환상적으로 일해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에겐 매우 유능한 사람이 많고 (그런 말을 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며 이 같이 답했다.이에 바이어는 재차 “하지만 내년 11월 중간 선거가 시작될 때쯤이면 밴스가 지지를 구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이번이 대통령 임기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막이라고 말한다”며 자신을 칭찬하는 동문서답격 답을 내놨다.
미국 언론과 누리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부통령 무시’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에게 배신 당했던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며 펜스 부통령에게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인증을 차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은 이를 거부했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을 배신자로 여겨왔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달 1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2021년 1·6의사당 난입 때 폭력을 행사한 이들은 사면되면 안 된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밴스 부통령이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신임을 얻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원래 밴스 부통령은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당선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지를 구하기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혐오자’에 가까웠다. 본인을 ‘트럼프 절대 반대자(Never Trump guy)’로 묘사했고,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의 히틀러’라고 칭한 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품부터 극단적 이민과 무역 정책에 이르기까지 여러 면에 대해 “용납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을 다음 대선의 잠재적 후보로 생각하기 때문에 밴스 대통령을 추켜세우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은 헌법에 따라 동일인의 대통령 선출을 최대 2번까지만 인정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최근까지 공공연히 ‘3선 도전’에 대해 언급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농담을 전제로 “(미 대통령으로서)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네 번 봉사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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