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주 등에 내달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미국이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다음 달 12일(현지 시간)부터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어떤 예외나 면제 없이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포고문(proclamation)에 전격 서명했다. 한국은 지금까지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 제품 263만t까진 ‘무(無)관세 쿼터’를 적용받아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로 한국 역시 ‘트럼프발(發) 관세 폭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앞으로 몇 주 동안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등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멕시코와 캐나다산 자동차에 대해 대규모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기업들의 미국 수출 부담이 커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통상전쟁’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미국 땅에서 철강, 알루미늄 만들어야”
포고문은 한국을 포함해 호주·브라질·캐나다·유럽연합(EU)·일본·멕시코 등이 앞서 미국과 맺은 철강 제품 관련 합의 내용을 쭉 나열한 뒤 “(이 합의들은) 국가안보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효과적, 장기적 대체 수단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나라들로부터 철강 제품을 수입하는 게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해 다음 달 12일 부로 기존 합의를 종료한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 고문은 이번 조치를 ‘철강·알루미늄 관세 2.0’이라고 지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인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며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던 것에 연장선상에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조치는 1기 때 시행된 관세 공습의 ‘확장 및 강화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높였고, 예외나 면제를 두지 않겠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철강·알루미늄 관세 적용 대상에는 1기 때와 달리 ‘완제품’이 포함됐다. 로이터통신은 “2018년에는 주로 가공을 거치지 않은 ‘철강재’와 ‘1차 알루미늄’이 대상이었지만, 이번 관세는 자동차, 창틀, 고층 빌딩 등의 분야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되는 압출물과 슬래브 같은 품목도 포함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포고문 서명 직후 “우리는 친구는 물론이고 적으로부터도 두들겨 맞고 있었다”며 “외국이 아닌 미국 땅에서 이제 철강과 알루미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가 동맹국까지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자신의 지지층이 많은 러스트벨트(rust belt·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 등에 철강 관련 생산시설이 많은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쿼터(물량 제한)를 유지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25%의 관세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경기침체 등에 따른 역대급 불황을 겪고 있는 한국 철강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1기 때 관세 부과 하루 전 양국 정부가 쿼터제에 합의한 것처럼 향후 협상을 통해 관세 적용 대상과 범위 등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호주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선 관세 면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통화한 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이 호주를 상대로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점을 크게 고려하겠다고 했다.
● 멕시코와 캐나다산 자동차 관세 부과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특히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판매할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멕시코 여기저기서 공장을 짓고 있다”며 “우리는 그 자동차들에 대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를 겨냥해서도 “우리는 (캐나다산) 자동차에 50%나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디트로이트(미국의 자동차 산업 중심지)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무관세 혜택과 값싼 노동력 등을 활용하기 위해 멕시코로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에 나선 한국 기업은 500여 개에 이른다.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출하는 자동차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면 이 기업들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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